초가공식품 15% 미만이 위험성 가장 낮아
최근 시리얼, 프로틴바, 탄산음료, 즉석식품, 패스트푸드 등 초가공식품(UPF) 소비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초가공식품이 고혈압과 심장병, 심장마비,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올 10월 5일부터 4일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유럽심장학회 연례회의(ESC 2023)에서 발표될 예정인 두 개의 연구논문을 통해 '초가공식품이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호주 시드니대학 연구팀이 15년간 1만명의 여성을 추적한 결과,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의 비율이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낮은 사람보다 고혈압 발병 확률이 39% 높게 나타났다. 소금과 설탕, 지방의 영향을 조정한 후에도 결과는 동일했다. 고혈압은 심장질환, 말초동맥질환, 대동맥류, 신장질환, 혈관성 치매 등 심각한 심장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32만5000명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진행한 또다른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한 사람들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협심증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2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통해 일일 초가공식품 소비를 10% 늘리면 심장병 위험이 6%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중국 공군의과대학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이 식단의 15% 미만인 사람들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가장 낮았다.
초가공식품의 소비는 최근들어 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현재 평균 식단의 약 55%가 초가공식품이며, 청년층과 빈곤층, 빈곤지역 출신의 사람들의 초가공식품 비중은 식단의 80%까지 차지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초가공식품은 여러 단계를 거쳐 제조된 식품으로, 소금·설탕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고 첨가제와 방부제가 함유되기도 했다. 섬유질이 적고 신선식품 혹은 최소한의 가공식품에 존재하는 영양소가 부족하다. 다른 연구에서도 초가공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비만, 제2형 당뇨병, 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초가공식품에 대한 긴급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호주 시드니대학 아누쉬리야 판트(Anushriya Pant) 연구원은 "많은 사람들이 가게에서 산 샌드위치, 수프, 저지방 요거트 등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음식들이 사실 초가공식품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음식이 실은 고혈압 발병에 일조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판트 연구원은 "여성이 대개 남성보다 초가공식품을 더 많이 섭취한다"며 "그 원인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초가공식품 다이어트 및 저지방식품 마케팅에 의한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초가공식품 전문가 중 1명이자 베스트셀러 '울트라 프로세스 피플'(Ultra Processed People)의 저자인 크리스 반 툴레켄 박사(Chris van Tulleken)는 "초가공식품하면 대부분 '정크푸드'를 떠올리겠지만, 건강에 좋고 영양가 있으며 환경친화적이라고 홍보되는 '윤리적' 식품에도 초가공식품이 많다"며 "이들 제품이 장에 염증을 일으키고 식욕 조절을 방해하며 호르몬 수치를 바꾸고 심혈관 및 기타 질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 툴레켄 박사는 "칠레와 멕시코처럼 초가공식품 포장에 검은색 경고라벨을 추가하고 초가공식품 마케팅,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를 단속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영국심장재단의 부의료 이사인 소냐 바부나라얀(Sonya Babu-Narayan) 박사는 "인공첨가물이나 소금, 설탕, 지방이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초가공식품과 심혈관 질환간 연관성을 이해하려면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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