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 200km로 美 강타한 '이달리아'...불과 3시간만에 '급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8-31 15:19:57
  • -
  • +
  • 인쇄
125년만에 가장 강력했던 대형 허리케인
세력이 '급속강화'된 것은 해수온도 때문
▲허리케인 '이달리아'로 쑥대밭이 된 美 플로리다주 빅벤드 지역 (사진=연합뉴스)

허리케인 '이달리아'(Idalia)로 미국 플로리다주가 쑥대밭이 된 가운데 기상학자들은 허리케인의 때이른 상륙 원인에 대해 '해수온도 상승'을 지목했다.

30일(현지시간) 오전 7시45분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와 게인스빌 사이 빅벤드 지역의 키튼 비치로 허리케인 '이달리아'가 강타하면서 일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속 200㎞가 넘는 바람이 모든 것을 휩쓸어버렸고, 강풍에 해일까지 덮치면서 정전과 홍수 피해가 잇따랐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3명이다. 

'이달리아'는 육지에 가까워질수록 세력이 더 빠르게 커졌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동부표준시(EST) 기준 오전 2시까지만 해도 3등급이라고 발표했던 '이달리아' 등급을 3시간 후인 오전 5시 '4등급'으로 격상했다. 그만큼 짧은시간에 세력이 강해진 것이다.

3등급 허리케인의 풍속은 시속 178∼208㎞로, 나무를 부러뜨리거나 뿌리째 뽑을 수 있는 정도다. 잘 지어진 주택도 지붕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보다 더 강한 4등급 허리케인은 풍속이 시속 209∼251㎞에 이르러, 건물 외벽까지 붕괴시킬 수 있는 위력이다. 대부분의 나무는 꺾일 수 있고, 전신주도 쓰러뜨릴 수 있다.

▲이달리아가 강타한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한 주민이 카약을 타고 침수된 도로를 건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이달리아'가 강타한 빅벤드 지역은 주택이 붕괴되고 집이 잠기는 등 그야말로 폐허로 변해버렸다. 이 지역은 지난 125년동안 전례가 없던 재해를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짧은시간에 세력이 강해지는 현상을 '급속강화'라고 일컬었다. 열대성 저기압의 최대 풍속이 24시간 이내에 시속 56㎞ 증가할 경우를 '급속강화'라고 규정한다. '이달리아'의 풍속은 하루 사이에 시속 89㎞가 증가해 역대급 '급속강화'를 기록했다.

허리케인의 '급속강화' 현상은 지난 2017년 텍사스주 휴스턴을 덮친 '하비', 이듬해 푸에르토리코에 상륙한 '마리아', 지난해 플로리다주를 휩쓴 '이언' 등에서도 관측되면서 점차 흔한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콜로라도주립대학교에서 허리케인을 연구하는 필립 클로츠바흐 교수는 "수온은 허리케인의 세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로켓 연료만큼이나 효율적"이라며 "이달리아가 상륙전 지나간 해수의 온도는 무려 31~32℃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달리아'가 지나온 멕시코만 동부해역의 수온은 예년보다 2.5~3℃ 높은 상황이었다. 계속된 온난화로 지난 1일 전세계 평균 해수면 온도는 20.96℃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지난달 플로리다주 키스제도의 해수면 온도는 38℃ 이상 치솟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마이애미대학교 해양·대기·지구과학 선임연구원 브라이언 맥놀디는 "해양이 따뜻해질수록 급속강화 현상은 점차 잦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달리아'로 인한 피해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투자은행 UBS의 추산에 의하면 보험에 가입한 플로리다주의 부동산들이 입은 피해만 따져도 93조6000억달러(약 12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추정치는 초기 피해여서 앞으로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달리아'에 따른 피해와 하와이 산불피해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나는 더이상 누구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역대급 홍수, 강도를 더해가는 가뭄, 극단적 더위, 심각한 산불이 우리가 전에 본 적 없는 중대한 피해를 유발했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BP, 기후전환 실패에 '주주 반발'...주주 24.3%가 회장 연임 반대

BP의 친환경 전환 전략이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가디언, CNBC 등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열린 BP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약 4분의 1

포스코 '그린워싱'으로 공정위 제재...허위·과장 광고

객관적인 근거없이 철강 자재를 '친환경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등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을 한 포스코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동물성 식재료 쏙 뺐더니...탄소배출 확 줄어든 '지속가능한 한끼'

지속가능한 식단을 직접 먹어보면서 알아보는 특별한 토크콘서트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렸다. 기후솔루션 주최로 16일 오후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카카오' 사용한다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카카오가 사용된다.롯데웰푸드는 대표 제품인 가나초콜릿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셀트리온, 글로벌 ESG평가 생명공학 부문 상위 5%에 선정

셀트리온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이 주관하는 '기업지속가능성평가'(Corporate Sustainability Assessment, 이하 CSA) 생명공학 부문에서 국내 바이오

[최남수의 ESG풍향계] 논란의 DEI '한국은 낙제점'

최근 ESG 이슈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직장에서 성별, 인종 등 기준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는 내용

기후/환경

+

한여름엔 어쩌라고?...4월 중순인데 벌써 49℃ '살인폭염'

몬순 우기를 앞둔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써부터 살인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보통 5~6월에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인데 이 지역은 4월에 벌써부터 연일

전세계 농경지 15% '중금속 범벅'...14억명이 위험지역 거주

전세계 농경지의 약 15%가 중금속에 오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금속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4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17일(현지

[영상] 홍수로 물바다 됐는데...'나홀로' 멀쩡한 집

미국의 한 마을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겼는데 나홀로 멀쩡한 집 한채가 화제다. 이 집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듯했다.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지난 2

끝없이 떠밀려오는 '미역 더미'...제주 해수욕장 '날벼락'

제주시 유명 해수욕장인 이호해수욕장이 미역 쓰나미가 덮쳤다.최근 이호해수욕장 해변으로 엄청난 양의 미역더미가 떠밀려오면서 이를 치우는데 고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서 '생수병 반입금지'..."당황했지만 오히려 좋아"

8년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 4인조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이 금지돼 화제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5

산림청, 경북 산불피해 4.5만여ha라더니...9만ha 넘게 '잿더미'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지역까지 번진 경북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9만헥타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산림청이 추산한 피해규모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