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홍수 빈번하지만...아프리카 주민들은 날씨정보 '깜깜'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3-09-04 12:41:13
  • -
  • +
  • 인쇄


지구온난화로 가뭄과 홍수 등 극한기후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대부분 정확한 일기예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상기후가 빈번한 시대에 적절한 일기예보가 없다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인명피해도 야기할 수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중국, 인도, 미국을 합친 것보다 더 넓다. 그러나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위치한 날씨 추적용 레이더 시설이 37개에 불과하다. 유럽에 345개, 북미에 291개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이달 4일~6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케냐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기후정상회의(Africa Climate Summit)에서 일기예보에 관한 내용이 다뤄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에서 농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아프리카 기후 의제의 핵심은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배수 시설을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상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University of Cambridge) 실존위험연구센터의 아사프 차초르(Asaf Tzachor) 연구원은 "대륙 전체가 기후 위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2050년까지 아프리카에 매년 50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것인데 그때까지 아프리카의 인구는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날씨를 추적하고 예측할 수 없는 무능력이 주요 시설 개발에 악영향을 준다"며 "예를 들어 홍수로 인해 농장이 쓸려 내려간다면 소규모 농장에 투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프리카 국가들 대부분이 기상예측과 일기예보에 투자할 자금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아프리카 기후정상회의 개최국인 케냐의 경우 올해 기상예측관련 예산으로 약 1200만달러(약 158억원)를 배정했다. 반면 미국 기상청의 올해 예산은 13억달러(약 1조7140억원) 에 달한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기상 서비스가 잘 발달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예산 격차가 무려 100배 넘게 나는 것이다. 

WMO 따르면 아프리카 면적은 전세계 육지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대륙 중 육상 기반 관측망이 가장 덜 발달돼 있으며, 노후화된 상태다. 또한 2020년 기준 자금부족으로 인해 아프리카에서의 기상 관측 횟수가 2015년 대비 50%까지 감소했다.

또 WMO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신뢰할 수 있는 기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는 20% 미만이다"며 "기상 관측소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관측소가 위치한 지형과 고도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기상 현상을 지역 수준으로 좁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연합(UN)은 "체계적 관측 금융 시설 지원기금, 기후 위험 및 조기경보 시스템 지원금 등 디양한 신탁 기금을 통해 아프리카 기상 예보 체계 현대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콩고 등 가장 취약한 13개국이 해당 지원을 받고 있으며 서아프리카 및 중앙 아프리카 6개국은 기상시스템 현대화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닉 반 데 기센(Nick van de Giesen)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 수자원 관리학과 교수는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들은 농업에 의존하는데 기후가 변화하면서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를 예측했던 전통방법이 점차 신뢰를 잃고 있다"며 "전통방식을 사용하는 농부들은 정기적으로 몇 차례 비가 온 후에 파종을 하는데, 그 이후에는 비가 오지 않아 씨앗이 발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글로벌 식량안보 위기 상황에서 식량자급률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일기예보 시스템 부재는 인병피해도 낳고 있다. 소말리아와 모잠비크같은 국가에서는 효과적인 기상 모니터링과 조기경보 시스템이 부족해 매년 열대성 폭풍과 홍수같은 재난으로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2019년 사이클론 이다이가 모잠비크 중부지역을 휩쓸었을 때, 주민들은 기상 당국으로부터 어떤 사전 경고도 받지 못했다. 해당 사이클론으로 인한 사망자는 1000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기상 데이터가 부족해 과학자들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와 기후변화를 연결짓는데 여러움을 겪고 있다. 국제 기상학자 모임 세계기상귀인(World Weather Attribution)은 "제한된 데이터로 인해 올해 5월 콩고와 르완다에서 수백 명이 사망한 홍수에서 기후변화가 어떤 변수를 가져왔는지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이 매우 지역에 대한 적확한 기후 데이터와 연구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