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탈플라스틱' 압박...국내 산업계, 생분해성 소재 개발 '잰걸음'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9-07 15:59:29
  • -
  • +
  • 인쇄
대체소재 넘어 붓솔·종이 등 신시장 개척
가공·수거처리 등 후방에 전폭 지원 필요
▲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한 '2023년 국제 생분해성 플라스틱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맡은 정철수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 이사장 ⓒnewstree

산업계가 ESG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주목하고 있다.

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인천광역시 주최로 열린 '2023년 국제 생분해성 플라스틱 컨퍼런스'에서 소재, 부품, 장비 등 탄소중립 핵심으로 인식돼 각국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해 산업계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소재, 부품, 장비 등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이 없는 곳이 없지만, 유럽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유엔 국제플라스틱 협약 등 탈(脫)플라스틱 통상규제가 옥죄어오면서 산업계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제품을 추구하는 소비추세가 2년새 10% 증가했고,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중립 요구로 ESG경영 차원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생산량이 매년 8.4%씩 증가하면서 탄소배출량과 함께 폐기물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퓨 자선신탁(Per Charitable Trust)에 따르면 2040년에 이르러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0%에 그칠 전망이다. 나머지는 소각, 매립되거나 유실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에 따른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따라 소재 기업을 중심으로 재활용의 한계를 보완하고, 환경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생물 기반의 연성이 강한 PHA와 투명하고 강도가 강하지만 분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식물원료 기반의 PLA를 접목시킨 공중합체를 만들어 활용처를 넓히고 있다.

일례로 높은 기온과 습도 등 특정 조건에서만 분해가 용이한 PLA 소재를 PHA와 5대5 비율로 혼합시키면 특정 조건 없이도 상온 수준에서 12주만에 최대 75.3%가 분해된다. 소재의 전체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평가할 때 원료가 되는 식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를 반영하면 CJ제일제당이 개발한 'P3HB' 소재의 경우 생산량 1톤당 최대 2.3톤의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는 탄소포집 효과까지 나타났다.

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해 8월 미국 3대 식품 가공 및 유통업체인 ADM과 PLA 생산 7만5000톤을 목표로 합작벤처를 세우는 데 합의했다. ADM은 여타 비식용 바이오매스에 비해 효율이 최대 4.5배 높은 옥수수를 2021년 기준 4억톤을 생산했다. 향후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지만, 내연기관차 연료인 바이오에탄올에 투입되는 옥수수 비중이 전기차 전환에 따라 줄어들면서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일본 첨가제회사 바이오웍스 지분투자를 통해 PLA로 기존 플라스틱 섬유를 대체해 단섬유뿐 아니라 장섬유까지도 상용화할 수 있는 소재 'PlaX Fiber'를 확보했다. CJ푸드빌은 2023년 자사가 구매한 빨대, 비닐쇼핑백, 빵필름봉투와 같은 기존 일회용 포장재의 50%가 PHA 소재로 대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 소재를 대체할 뿐 아니라 새로운 분야도 개척하고 있다. LG화학은 혐기소화 시설에서 PLA와 음식물쓰레기로부터 바이오가스를 뽑아내기 위해 이스라엘 업체 트리플 W와 함께 시범운영을 공동진행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동물복지를 위해 붓솔을 대체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적용방안을 고려중이다. SK티비엠지오스톤(TBMGEOSTONE)은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석회석을 배합해 종이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중이다.

제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더라도 ESG경영 차원에서 유통사들도 적극적인 탈플라스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2030년 플라스틱 사용량의 5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가능 포장 평가지표'를 도입해 취급 상품들에 대한 점수를 매기고 있다. 포장공간 비율, 포장 횟수, 이미 재활용된 재생 소재 비중, 재활용 가능 소재, 바이오 소재 비중 등을 평가한다.

이처럼 원료단에서는 대기업들 위주로 활발한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실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을 보면 비닐 쇼핑백, 농업용 멀칭필름, 횟집 식탁보 등 필름류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근모 동성케미컬 바이오플라스틱 사업부 상무는 "가공단으로 내려가면 중소기업 위주로 투자에 취약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업체들이 많고, 뒷단 수거처리가 전무해 순환경제 사이클이 만들어지지 못한 탓"이라며 "샌드박스 운영 등 개별 시범사례를 확대해 시행착오 끝에 전면 도입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SK이노베이션, 2030년까지 베트남 맹그로브숲 복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이 베트남에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나선다.SK이노베이션은 7일 베트남 짜빈(Tra Vinh)성 정부 및 현지 사회적기

KCC글라스 '2024-25 ESG보고서' 발간...KPI와 연계

KCC글라스가 지속가능경영 성과와 성장전략을 담은 '2024/25 ESG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올해 다섯번째로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ESG 전략목표와

[최남수의 ESG풍향계] 글로벌 기업들 '지속가능 공시' 적극적인 이유

이재명 정부는 ESG 정책에 대해 전향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가운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이는 정책은 지속가능성 공시다. 윤석

SK케미칼 '2024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발간..."5대 과제 평가 담아"

SK케미칼이 1년간의 ESG성과와 향후 전략을 담은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글로벌 공시 기준으로 통용되는 △

정부 '위약금 면제' 수용한 SKT..."정보보호에 7000억 투자" 결정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번호이동한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SKT는 침해사고 발생전인 4월 18일 기

우리은행 'G.우.주 프로젝트' 시행...경기도 보호아동 위해 6억 지원

우리은행이 'G.우.주 프로젝트'를 통해 보호아동을 위해 4년간 매년 1억5000만원을 지원한다.우리은행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

기후/환경

+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산칼슘 저장하는 무화과 나무...왜?

무화과 나무가 자신의 일부를 돌처럼 만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6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대학(UZH) 마이크 로울리 박사 연구팀

녹색전환硏, 노원구와 시민맞춤 ‘탄소중립 안내서’ 발간

서울 노원구에서 전국 최초로 시민 눈높이 '탄소중립 안내서'를 발간했다. 녹색전환연구소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와 서울 노원구와 함께 '탄소중립

벌채지역 제품 판매금지...유럽 '산림벌채법' 앞두고 회원국들 반발 확산

오는 12월 세계 최초로 '산림벌채법'(EUDR) 시행을 앞두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 주요 회원국들이 규정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법은 벌채된 땅에서

온난화로 빙하 녹으면서…전세계 화산 폭발 더 격렬해진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그 영향으로 전세계 화산 폭발이 더 빈번하고 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연구

전세계 덮친 가뭄 '지구적 재앙'…강원 동해안도 생활·농업용수 위기

전세계가 폭염뿐 아니라 가뭄의 습격도 받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는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고, 우리나라 강원도 동해안의

폭염에 카디건·셔츠 매출 '쑥'...이상기후에 뜨는 '시즌리스 상품'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백화점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장마철 대표 아이템으로 꼽히던 레인부츠와 방수재킷 대신 실내 냉방 환경에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