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소비가 줄고 원유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유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소셜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난데없이 매일유업 '돈쭐내주자'는 움직임이 일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 5일 유업계의 불황에 매일유업의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매일유업을 응원하며 관련 제품 소비를 독려하는 게시글이 잇따른 것이다. 소비자들이 SNS를 통해 매일유업 제품 홍보에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소비자들은 "매일유업 지지마" "매일 제품만 먹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어릴 때부터 우유 싫어했는데 매일우유는 먹는다" "이제 무조건 매일우유만 사먹는다" 등의 응원글이 이어졌다. 심지어 폴바셋, 커피명가 등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카페를 추천하는 게시글도 수두룩했다.
현재 우유 소비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낙농진흥회 유통소비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일반 우유 소비량은 2017년 26.6kg에서 지난해 26.2kg로 감소했다. 가공우유 소비량도 2017년 6.2kg에서 지난해 5.4kg로 줄었다.
여기에 사료값 인상 등의 영향으로 원유의 원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달 낙농진흥회는 오는 10월부터 음용유용 원유 가격을 1리터(L)당 88원(8.8%) 올린 1084원, 치즈 등 가공유제품의 재료인 가공유용 원유는 1리터당 87원 올린 887원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관련업계에 우윳값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가 물가관리 차원에서 업계 우윳값 인상을 통제하다보니,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고스란이 떠안게 되는 셈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흰 우유 제품 '나100%우유'(1L)의 출고가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가, 정부의 권고로 원가가 8.8%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대형할인점 기준으로 3% 인상하는데 그쳤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매일유업도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약 30% 줄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0.7% 상승했으나 직전연도의 실적이 워낙 부진했던 탓에 수익성이 호전됐다고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동기와 비교하면 20.5% 줄었기 때문이다.
매일유업뿐만 아니라 다른 유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독 매일유업에 대한 응원만 촉발된 이유는 기업의 선한 이미지 덕분이다. 매일유업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사회공헌활동과 직원들에 대한 복지 등이 널리 알려지면서 '착한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됐고, 그 결과 소비자 응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이 전혀 없는 선천성 대상이상 환아와 미숙아를 위한 특수분유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또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캠페인을 통해 독거노인 고독사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들에게 매일 우유를 배달하며 전날 배달한 우유의 유무로 상황을 확인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무료 임신육아교실을 열어 40년 넘게 운영하고 있고, 다문화가정과 발달장애인 등 사회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후원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20년 한 소비자가 플라스틱 감축을 촉구하며 매일유업 제품의 빨대를 모아 돌려보내자 김전기 고객최고책임자 겸 품질안전 본부장은 이에 대해 직접 손편지로 답하고 자사의 액상발효유 제품 '엔요'의 빨대를 제거한 일화도 있다. 지난 6월에는 카카오메이커스와 손잡고 멸균팩 수거·재활용도 시작했다.
또 매일유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LF(락토프리) 공법으로 우유의 유당만 제거하고 맛과 영양은 살려 유당불내증을 앓는 사람들의 '단비'가 되고 있다.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락토프리 제품으로,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과 강아지까지 먹을 수 있는 우유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게다가 '소화가 잘되는 우유' 연매출의 1%는 우유안부 캠페인에 기부된다.
소비자들은 명실공히 ESG경영을 실천해왔던 매일유업에 대해 '돈쭐'로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책임이 어떤 효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소비자가 기업을 응원하기 위해 제품을 팔아준 경우는 국내에서 거의 유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MZ세대 등 젊은세대들은 '가치소비'를 지향하기 때문에 착한기업에 대한 선택적 소비를 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면서 "기업의 ESG경영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고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