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매일 배출되는 반려견 배변패드의 양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국내 반려동물 가구수는 602만가구로, 이 가구마다 하루 2장씩만 배변패드를 배출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42억장이 버려지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배출되는 배변패드는 이보다 몇 배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견의 경우는 하루 2~3장이면 충분할 수 있지만 중·대형견의 경우는 하루 사용량이 10장이 넘을 수도 있다. 더구나 다견가구들이 많기 때문에 하루에 수십장씩 배변패드를 사용하는 가구들도 적지않다.
일회용 기저귀처럼 반려동물용 배변패드도 대부분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통계조차 잡하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200여개국에서 배출되는 배변패드의 양은 최소 400억장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도심에 있는 가구에서 하루 최소 3장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10억장"이라며 "이는 전체 반려가구의 약 10%에 불과하므로 실제는 이보다 몇 배 더 많이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형견 1마리를 키우고 있는 50대 주부 윤모씨는 일회용 배변패드 쓰레기로 골치를 앓고 있다. 윤씨는 "배출되는 쓰레기의 80%는 배변패드"라며 "우리집은 배출되는 쓰레기가 거의 없어 배변패드만 없다면 20리터 종량제 쓰레기를 2주에 한번씩 버려도 되지만, 배변패드 때문에 쓰레기통을 자주 비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여름철에 조금만 방치해놔도 벌레가 들끓고 악취가 풍긴다.
이렇게 쏟아지는 일회용 배변패드는 환경오염의 온상이 되고 있다. 배변패드는 석유화학 부산물인 '고흡수성 수지'(SAP)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SAP는 자기 무게의 200배 넘는 물을 흡수하는 화학물질로 기저귀, 생리대, 배변패드 등 위생용품에 많이 사용된다. SAP는 아크릴산(Acrylic acid)에 가성소다(Caustic Soda)를 중합해 생산하는데, 이 아크릴산이 원유에서 추출된다.
SAP는 재활용도 불가능해 소각, 매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매립하면 분해에만 500년 이상 걸리고 환경으로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된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셈이다. SAP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이미 SAP를 바이오 등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고 있다.
이처럼 배변패드로 인해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배출량 현황도 집계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생산하는 업체들 대부분이 영세기업이어서 판매량 통계조차 산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국내 SAP 폐기물 전체의 통계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강아지용 배변패드도 얼마나 배출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들어 일회용 배변패드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종이나 면, 대나무 또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인 PLA로 만든 배변패드도 나와있지만 SAP보다 흡수력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다는 문제 때문에 수요가 부진한 편이다.
일반 일회용 배변패드는 10매 기준 1000~4000원대로 가격대가 다양하고 저가 제품도 상당했다. 대형은 비싸면 8000원대까지 오르지만 저가형은 소형패드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생분해 배변패드는 10매 기준 1만원~2만원대에 이르렀다. 그나마 종이 패드는 3000원대였다. 하지만 제품의 종류가 많지않아 선택의 폭이 좁다.
게다가 대부분의 친환경 배변패드는 흰색이 아니라는 점도 흠이다. 반려견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때 소변색을 보는 것이 중요한데, 흰색이 아닌 배변패드에서는 소변색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에 걸쳐 다회용 배변패드를 독자 개발해 팔고 있는 '루플리'의 장선경 대표는 "배변패드 사용량이 어마어마한 데다, 여기 들어가는 SAP가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아무도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서 "환경을 위해 친환경 패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배변패드는 빨아서 사용하는 것으로, 삶지 않고 세탁만 하는 경우에 3~4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SAP가 사용되는 일부 기저귀 제품에는 환경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SAP 자체에 대한 규제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해,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SAP에 대한 규정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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