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석연료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거대 화석연료 기업 엑슨모빌(ExxonMobil)이 미국 셰일가스 회사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Pioneer Natural Resources)를 595억달러(약 79조724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엑슨모빌은 파이오니어를 주당 253달러에 인수할 예정이다. 이는 인수보도 이전보다 9%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양사는 "각사 이사회의 승인은 받았지만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 인수합병이 완전히 마무리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년만에 이뤄지는 미국 최대 규모의 석유 및 가스 회사 인수합병(M&A)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엑슨모빌이 미국의 화석연료 생산에 대한 막대한 베팅을 했다"며 "퍼미안 분지 셰일 유전에서 엑슨모빌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오니어가 주로 활동하는 퍼미안 분지는 최근 막대한 양의 셰일유전이 매장된 것으로, 미국의 석유 생산량을 견인하고 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엑슨모빌을 비롯한 석유기업들의 주가 상승도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동안 엑슨모빌의 주가는 2배 이상 상승했는데, 이번 인수는 전량 주식거래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인수는 향후 몇 년동안 화석연료 생산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거대 에너지 회사들의 자신감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엑슨모빌의 지난해 수익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여파로 인해 사상 최대인 557억달러를 기록했다.
인수를 위한 최종 주주투표를 앞두고 대런 우즈(Darren Woods) 엑슨모빌 회장은 "파이오니어는 고유한 자산 기반과 업계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두 회사의 역량을 결합하면 각 회사가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훨씬 뛰어넘는 장기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엑슨모빌은 "파이오니아 인수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미국 경제를 더 튼튼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콧 셰필드(Scott Sheffield)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 대표는 "이번 합병건이 앞으로 수십 년동안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엑슨모빌과 파이오니어가 함께 퍼미안 분지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수익 유정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인수 후 엑슨모빌 퍼미안 유역 생산량은 하루 130만배럴이 될 예정인데 이는 기존 생산량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두 회사는 "이번 인수가 환경친화적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즈 회장은 "2050년부터 2035년까지 파이오니어의 탄소중립 계획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업계 선도적인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작 엑슨모빌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청정 에너지원에 집중하라"는 요구를 모두 무시하고 석유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기후위기 연구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의 글로벌 산업 캠페인 담당자인 데이비드 통(David Tong)은 "엑슨모빌의 확장은 사람, 지역사회, 기후에 좋지 않다"며 "화석 에너지 시장을 소수의 거대 기업으로 더 통합하는 것은 사람들의 에너지 접근성을 확보하거나 기후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의 분석에 따르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는 거대 석유 및 가스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인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은 "이번 인수가 메탄 배출에 대한 투명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보호기금은 "파이오니아는 그동안 자사의 메탄 배출량을 투명하게 보고하는 몇 안되는 회사였다"며 "그러나 엑손에 인수됨으로써 기존의 낡고 부적절한 보고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