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금융상품 정량화하고 투명성 확보해야
기후공시에 이어 '자연공시'가 임박하면서 에너지전환 뿐 아니라 생태계서비스 회복 기술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공공재원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금융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이를 유도하려면 정부가 규제와 인센티브를 통해 '자연금융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24일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2023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 기후와 자연을 위한 녹색금융'에서 인하대학교 녹색금융대학원 김종대 교수는 "30년만에 기후공시가 하나둘 확정되고 있지만 자연공시는 이전 기후논의를 그대로 흡수해 굉장히 빨리 진척되고 있고, 수년내 법제화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발빠르게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생물다양성 이슈는 지역마다 특화된 문제가 불거져 기후변화만큼 직접적인 피해로 느껴지진 않지만, 공급망 집약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는 전세계에 공급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공급망이 위치한 모든 곳의 생물다양성 이슈가 우리나라의 이슈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현 추세대로면 금세기말 지구 평균기온은 3℃ 이상 오를 전망이다. 이는 결국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의존하는 자연에 대해 제대로 된 가격책정 없이 값싸게 자연을 훼손한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자연공시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생물다양성만 보전해도 향후 10년간 탄소배출량의 3분의 1이 자연의 탄소흡수력에 의해 감축된다. 이에 따라 '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를 중심으로 △기업이 자연에 의존하는 요소 △기업이 자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이로 인한 기업의 리스크와 기회 등을 요구하기 위한 공시제도가 빠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실제로 UNEP에서는 '책임원자재시설'(RCF, Responsible Commodities Facility)이라는 혼합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아마존 산림벌채나 토지변용 없이 대두를 재배한 브라질 농부들에게 시장금리보다 낮은 대출을 제공하고, 식품 및 유통 기업들이 RCF를 통해 대두를 구입하도록 해 생물다양성 리스크에 대응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이보 멀더 UNEP 기후금융부장은 "RCF를 통해 총 10억달러를 민간에 대출했고, 100만헥타르(ha)의 산림을 조성하고, 7500ha의 토지를 복원했고, 8000ha의 토종식물을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생물다양성의 '자금격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기준 미국 내에서만 환경을 훼손하는 농업, 임업, 수산업 인센티브가 생물다양성 보존 지원금의 4배에 달했고, 2030년까지 해상과 육상 생물다양성의 30%를 지키기 위한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1000억달러(약 131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의 재원으로는 한계가 있어 저금리 투자기회, 생물다양성 상쇄 메커니즘 등 녹색금융상품을 창출해 민간금융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리고 이같은 시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주요 지표가 측정 가능하도록 정량화하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호주 정부는 '자연복원시장'(nature repair market) 제도를 통해 국가의 자발적 생물다양성 크레딧 시장을 개발하기 위한 새로운 입법체계를 개발중이다. 자연 보존에 대한 기여도가 측정 가능하도록 검증을 위한 과학적 툴을 개발하고, 정부가 나서서 보증하기 위해 전문자문위원회를 설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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