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폐플라스틱도 EPR 적용해야
폐플라스틱 원료가 부족한 것은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을 대부분 소각하고 있기 때문에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서 비롯된 문제라는 주장이다.
민달기 가천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폐플라스틱 원료부족 해결방안 정책토론회' 주제발제를 통해 "현재 폐플라스틱 원료부족 사태의 원인은 재생원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소각업체가 너무 많이 생긴 까닭"이라고 분석했다.
환경부의 폐기물 민간처리업체 통계를 보면 2017~2021년 소각업체는 66곳에서 119곳으로 늘어났다. 2017년 241만톤이었던 폐기물 소각량은 2021년 304만톤까지 늘었다. 시설의 평균 가동률은 83%에 달했다.
소각되는 폐기물의 4분의 1은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문제는 소각되는 폐기물 가운데 재생원료로 활용될 수 있는 플라스틱까지 소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선별장의 71.4%가 수작업으로 플라스틱을 선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선별된 폐플라스틱마저 대부분 고형폐기물연료(SRF)로 활용된다.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의 '명목 재활용률'은 70%가 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 넘게 소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폐플라스틱을 모두 태워서 열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양질의 폐플라스틱 원료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폐플라스틱 원료수급 문제는 대기업들이 '화학적 재활용' 공장을 본격 가동하는 2026년부터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당장 완공이 예정된 설비만 따져봐도 60여만톤의 물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환경연구원은 2017년 582만톤이던 국내 플라스틱 수요가 2030년 864만톤으로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환경부는 폐플라스틱을 2021년 492만톤에서 2025년 393만톤으로 감축할 예정이어서 폐플라스틱 원료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는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각량 감축을 규제하는 한편 폐플라스틱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호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재활용업계가 소규모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어 추가시설투자가 어려워 추가선별 없이 폐플라스틱을 열적 재활용에 투입하는 문제가 있다"며 "무인회수시설을 설치하고, 공공·민간 선별장 현대화를 지원해 회수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흥석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재활용1본부장은 "생활계 폐플라스틱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통해 어느 정도 재활용체계가 자리잡고 있지만, 사업장계·건설계·혼합배출 폐플라스틱은 EPR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며 "사업장 폐플라스틱에 대해서도 EPR을 적용해 선별수거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생활계 폐플라스틱 배출량은 279만톤인데 비해 사업장계·건설계·혼합배출 폐플라스틱은 938만톤으로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의 76.9%를 차지했다.
이어 김흥석 본부장은 "서울시에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종량제봉투 내 폐플라스틱 비중을 집계한 결과 40%에 달했다"며 "종량제 봉투 내 폐플라스틱을 선별하는 전처리 기술도 회수율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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