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만명 이상 폐암과 방광염에 사망할듯
기후변화로 인해 방글라데시 우물물이 비소로 오염되는 속도가 빨라져 수천만명의 사람들의 암 발병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노리치대학교(Norwich University) 화생물학과를 중심으로 한 연구진들은 "기후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예측할 수 없는 홍수, 극심한 날씨로 인해 위험한 수준의 비소가 식수로 방출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그 결과 비소 중독으로 인해 수백만명이 피부암, 방광암, 폐암에 걸리는 공중보건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석저자인 세스 프리스비(Seth Frisbie) 노리치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는 "현지탐방에서 30대가 넘은 사람 가운데 건강한 사람이 1명도 없는 마을을 본 적도 있다"며 "식수로 인한 만성 비소중독은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만성 비소중독은 비소에 노출된 사람들의 체내에 비소가 축적되면서 일어난다. 비소는 체내외 각질화를 유발하는데, 이때 폐와 기타 장기에 쌓인 각질들이 암에 걸리게 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우물 가운데 약 49%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를 넘는 비소가 함유돼 있었고, 45%는 기준치의 무려 5배가 넘는 비소가 함유돼 있었다. 연구진은 "현재 약 7800만명의 방글라데시인들이 비소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보수적으로 추산하면 약 90만명의 방글라데시인이 폐암과 방광암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실 방글라데시 비소 위기는 어제오늘일은 아니다. 1970년대 국제연합(UN) 및 구호단체는 방글라데시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방대한 규모의 심부관정 시추프로그램을 후원했다. 그런데 1990년대에 이르러 방글라데시 우물물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소가 다량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93년 최초의 비소중독 이후 WHO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집단중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다수가 비소 중독에 시달린 것이다.
프리스비 교수는 "비소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히말라야 융기에서 퇴적물이 씻겨내려온 것"이라며 "따라서 갠지스강, 메콩강 등 인근 수역의 모든 퇴적물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소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지표수를 마실 때는 오랜 기간동안 대기중 산소가 물에서 비소를 제거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깊은 우물물은 산소가 잘 통하지 않아 다량의 비소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이같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해수면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방글라데시는 많은 홍수 피해를 입고 있다. 이는 지하 대수층에도 영향을 줘 더 많은 비소를 유출시킨다. 동시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대수층으로 해수가 유입돼 대수층 염도를 증가시킨다. 그런데 염분은 '염분효과'로 알려진 과정을 통해 비소가 물로 침출되는 속도를 가속화한다. 한마디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연구진은 "대수층의 이러한 변화는 방글라데시의 식수원으로의 비소 방출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비소에 대한 노출 증가는 만성 비소중독으로 인한 사망률과 질병 발생률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대수층 화학성질의 변화는 방글라데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화학적 과정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며 "가령 맨체스터에서는 비소가 감소하고, 루이지애나에서는 홍수로 인해 염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리스비 교수는 "결국 전세계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폴로스원(PLOS ONE) 17일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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