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가뭄에 아프리카 야생동물 '수난'...코끼리만 160마리 폐사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4-01-22 16:22:35
  • -
  • +
  • 인쇄


아프리카 남부지역이 심각한 가뭄으로 반년 사이에 160여마리의 코끼리를 비롯해 야생동물이 집단폐사하고 있다.

야생동물 집단폐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곳은 짐바브웨에 있는 황게국립공원(Hwange National Park)이다. 이 국립공원은 1만4600제곱킬로미터 규모로, 짐바브웨에 서식하는 코끼리 10만마리 중 약 4만5000마리가 살고있다. 이 외에도 이 공원에는 19종의 대형 초식동물과 8종의 대형 육식동물을 포함해 100종이 넘는 포유류와 400종이 넘는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나세 파라워(Tinashe Farawo) 짐바브웨 공원 및 야생동물 관리국(Zimbabwe Parks and Wildlife Authority) 대변인은 "수백마리의 코끼리와 다른 야생동물들이 가뭄으로 폐사했다"며 "다행히 비가 오면서 코끼리 사망사고는 더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오랜 가뭄으로 동물들이 약해져 질병 등으로 인한 추가 사망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건기는 10월쯤 끝난다. 그러나 엘니뇨 현상으로 지난해 건기가 2개월 더 지속되면서 코끼리들이 물을 찾아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경우가 잦았고, 이것이 집단폐사로 이어졌다.

게다가 황게국립공원에는 가뭄에 대처할만한 마땅한 수자원도 없다. 카방고잠베지 국경보전지역 내 범국경 보전지역(KAZA-TFCA)에 속하는 황게국립공원은 야생동물이 많이 서식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KAZA-TFCA 안에서 유일하게 강이나 기타 자연수원이 없다.

이에 황게국립공원은 건기동안 110개에 달하는 태양열 시추공을 사용해 물을 구해왔다. 그러나 작년과 재작년 우기에 내린 비가 적었기 때문에 많은 시추공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공원에 물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짐바브웨에서 우기는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엘니뇨 현상으로 건기는 길어지고 우기의 강우량은 줄어들고 있다.

짐바브웨 기상청은 "지난 세기동안 일일 최저기온은 평균 2.6℃ 상승했고 최고기온은 2℃ 올랐다"며 "강우량은 약 20% 감소한 반면 가뭄의 빈도는 10년에 한번에서 3년에 한번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데스몬드 마나사(Desmond Manatsa) 짐바브웨 빈두라 과학교육대학(Bindura University of Science Education) 교수는 "1980년대부터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이 모두 1℃ 상승했으며, 이로 인한 증발산으로 토양수분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야생동물 보호단체들은 "물부족은 전세계 야생동물이 직면한 심각한 위협 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은 "자연과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한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후변화가 야생동물과 인간에게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 때문이다"고 말했다. 필립 쿠바와가(Phillip Kuvawoga) IFAW 자연프로그램 책임은 "2019년에도 극심한 가뭄으로 200마리가 넘는 코끼리가 죽었다"며 "이러한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현재 짐바브웨에서 목격되고 있는 집단폐사는 이 지역의 천연자원 보존이 기후변화로 인해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샤를리 파슈(Charly Facheux) 아프리카 야생동물 재단(AWF) 부총재는 "수자원에 대한 접근성 감소는 아프리카 도시와 농촌지역의 인간 복지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 종과 취약한 생태계 그리고 이들에 의존하는 지역사회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끼리나 코뿔소는 이미 밀렵으로 인해 멸종위기였는데 이제는 기후변화와도 싸워야 한다"며 "아프리카 대륙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홍수와 가뭄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단체들은 "시추공을 더 뚫고 코끼리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황게국립공원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고 반응했다. 파라워 짐바브웨 공원 및 야생동물 관리국 대변인은 "시추공은 110개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초 시추공을 뚫은 이유 중 하나는 관광객을 위해 코끼리와 다른 동물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야생동물 재배치는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으로, 당국이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짐바브웨는 지난 2019년 가뭄으로 코끼리를 비롯한 야생동물 200여마리가 사망한 후에, 2500여마리에 달하는 야생동물을 건조한 남부 지역에서 북부지역으로 이동시킨 바 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아기상어' 코스닥行...더핑크퐁, 연내 상장 목표로 공모절차 착수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토종 콘텐츠 '아기상어'로 유명한 더핑크퐁컴퍼니가 연내 코스닥에 입성한다.더핑크퐁컴퍼니는 22일 금융위원회에 코

대한항공, SAF 사용확대...고베·오사카 노선도 국산SAF 1% 혼입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생산한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를 사용하는 상용운항 노선을 확대한다고 22일 밝혔다.SAF는 폐기름, 동·

폐기된 서버 '로그기록' 있었다...KT, 소액결제 사태 새로운 단서?

KT가 폐기한 서버에서 로그기록이 별도로 백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 해커집단의 국내 통신사 해킹 수법의 새로운 단서가 될지 주목된다.22일 KT가

하이트진로, 제주 이호테우해변서 ‘해변 가꾸기’ 환경정화

하이트진로가 '국제 연안 정화의 날'을 맞아 지난 19일 제주 이호테우해변에서 환경정화활동을 펼쳤다고 22일 밝혔다.하이트진로는 2020년 제주 표선해

2027년부터 국내급유 국제선 지속가능항공유 '1% 의무화'

2027년부터 국내에서 급유하는 모든 국제선 여객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 1% 혼합이 의무화된다.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항공업계 탄소중

대기업 취업시장 '활짝'…하반기 2만5000명 채용한다

삼성과 현대차 그리고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대규모 신규 채용에 나사면서 침체됐던 취업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19일 재계에 따

기후/환경

+

"美 산불 연기로 2050년까지 190만명 사망할 것"

북미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산불 연기로 인한 사망자가 2050년까지 19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

美서 '살 파먹는' 박테리아 번성...기후위기 때문이라고?

올해 미국 루이지애나주 해안에서 일명 '살 파먹는' 박테리아로 인해 5명이 사망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박테리아가 번성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1

붉게 변하는 알래스카 연어 하천…녹고있는 영구동토층이 원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알래스카 북부 브룩스 산맥의 하천이 주황빛으로 변하며 새로운 수질 위기가 드러났다.미국 워싱턴대와 알래스카대 연구진은 9

트럼프는 반친환경 정책 펴지만...美 '기후주간' 역대 최대 규모로 개막

'클라이밋 위크(Climate Week) 2025'가 미국 뉴욕에서 21일(현지시간) 8일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이번 행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친환경적 정

저수율 52%로 가뭄 벗어났지만...강릉, 투명페트 쓰레기에 '몸살'

강릉은 열흘전만 해도 저수율이 11.5%까지 떨어져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지만 최근 잇달아 내린 비 덕분에 저수율이 52%까지 높아지면서 가뭄에서 벗어났

가뭄 벗어난 강릉...단비에 도암댐 방류덕에 저수율 50.8%

강릉이 드디어 가뭄에서 벗어났다. 몇 일 간격으로 내린 단비에 평창 도암댐 방류까지 시작하면서 저수율이 50%를 넘어섰다.강릉지역 생활용수의 87%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