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농업 기후정책 철회...성난 농민들 '트랙터 시위'에 백기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02-07 11:41:05
  • -
  • +
  • 인쇄
살충제 감축 의무화 법안도 '휴지조각'
6월 선거 앞두고 '극우돌풍' 의식한 듯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인근 A35 고속도로를 농민들이 트랙터로 점거하고 '파리 봉쇄' 시위 벌이는 프랑스 농민들 (사진=연합뉴스/AFP)


유럽연합(EU)이 농업분야 기후정책을 철회했다. 연일 트랙터를 동원해 격렬한 시위를 벌인 농민들에게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EU 집행위원회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2040년 기후 중간목표'에서 농업분야 감축목표를 통째로 삭제했다. EU의 기후 중간목표는 오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초 이 초안에는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 대비 30% 감축한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빠진 것이다.

또 농업용 살충제 감축 의무화 법안도 폐기됐다. 집행위는 이날 2030년까지 살충제 사용 50% 감축을 골자로 한 '지속가능한 살충제 사용 규제'(SUR)를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의 이같은 결정은 유럽 각지에서 농민들이 EU의 환경규제에 항의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인 것에 한발 물러선 조치라는 해석이다.

최근 프랑스·독일·벨기에·이탈리아·그리스 등 유럽 각지에서 농민들은 트랙터 수천대를 앞세우고 도로를 봉쇄하는 등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EU 역외에서 생산된 값싼 농산물 수입을 늘리면서 엄격한 환경규제를 강요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연일 계속되는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에 EU는 농업용 경유면세 유지, 농지 4% 휴경의무를 올해 면제하고 우크라이나산 저가 농산물 수입제한 조치 등으로 농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EU 집행위의 이같은 결정은 오는 6월 치뤄지는 유럽의회 선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럽 각국에서 농민 지지를 등에 업은 '극우 돌풍'이 유럽의회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극우세력들이 농민들의 '반(反) EU' 정서를 자극하게 되면 농민들이 전통적으로 지지하던 중도우파 정당 대신 극우 정당에 투표할 수 있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에너지 위기 속에서 연정이 3개 원전을 해체하기로 하고, 연정을 구성하는 녹색당이 주택 소유자들에게 값비싼 열펌프를 설치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유럽 각국 농민들 사이에서는 도시의 정책결정권자들이 농촌을 무시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EU의 환경규제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 EU집행위는 204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80% 줄이고 그 빈자리를 신재생 에너지, 원자력 등으로 채우는 중간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별도로 발표한 '산업 탄소관리 방안'에서는 2050년까지 수억톤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달성을 위한 구상도 소개했다.

그러나 집행위의 이번 기후 중간목표는 단순히 집행위 구상을 담은 것이어서 법적구속력은 없다. 또 이번 선거에서 우파가 세력을 잡게 되면 현 집행부가 작성한 기후정책을 차기 집행부가 그대로 이어갈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金총리 "태양광·풍력 대폭 확대…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할 것"

김민석 국무총리가 탄녹위 주최 콘퍼런스에 참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22

상가 셔터가 작품으로 변신...KCC, 5명 작가와 을지로에 '셔터아트'

최근 젊고 힙(Hip)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힙지로'로 불리우는 을지로가 KCC의 컬러로 물들고 있다. KCC는 '셔터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을지로 일

신한은행,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 발행..."녹색수송 사업에 투입"

신한은행은 22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한국형 녹색채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포스코이앤씨 감전사고 外근로자 8일만에 깨어나..."음식물도 섭취"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연장 공사현장에서 감전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던 30대 미얀마인 근로자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이다.21일 연합뉴스에 따르

쿠팡 물류센터 50대 근로자 사망...쿠팡 산재로 번질까 '화들짝'

연일 35℃에 달하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21일 연합

기후/환경

+

아마존 보호해제...브라질 '콩 모라토리엄' 19년만에 중단

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콩 모라토리엄'을 19년만에 중단하면서 아마존 열대우림이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브라질

'나무' 심는 지역에 따라 온도 낮추는 '냉각효과' 다르다?

열대지방에 나무를 심으면 다른 지역에 비해 이산화탄소 흡수 및 기후완화 효과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우주 태양광' 무탄소 전력의 대안?..."유럽 재생에너지 80% 대체 가능"

정지궤도 위성에서 수집한 태양광(SBSP)으로 전력을 생산하면 유럽지역 재생에너지의 80%를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우주 태양광'이 무

트럼프,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소 강제 재가동...비용은 소비자몫

재생에너지를 배척하고 화석연료를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폐쇄 예정이던 석탄발전소를 강제로 재가동시켰다.20일(현지시간

경기도 시군과 기후위기 공동대응 위해 ‘기후소통 한마당' 개최

경기도가 시군과 기후위기를 공동대응하기 위해 22일 '기후소통 한마당'을 개최했다. 기후위기 대응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기후정책 실행력 제고 방안

되살아난 태풍 '링링' 日 규슈 강타...우리나라 영향은?

열대저압부로 소멸할 것으로 예상했던 제12호 태풍 '링링'이 세력이 되살아나 일본 남쪽지역을 강타하기 시작했다.일본 기상청과 현지언론에 따르면 '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