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상장 석유회사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떼돈을 벌었다.
영국 비영리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에 따르면, 러-우 전쟁이 시작된 지난 2022년 2월 이후 BP, 쉘(Shell), 셰브론(Chevron), 엑손모빌(ExxonMobil),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등 글로벌 넘버5 석유회사들은 2810억달러(373조3800억원)가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BP와 쉘은 전쟁 이후 총 942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이는 영국 전체 가구의 17개월에 해당하는 전기요금"이라고 추정했다. 589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쉘은 올해 고수익 석유 프로젝트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 저탄소 부서에서 최대 330명의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다. BP는 전쟁 이후 350억달러를 벌었다. 또 셰브론과 엑손모빌, 토탈에너지가 이 기간에 벌어들인 수익을 합치면 총 1870억달러에 이른다.
글로벌 위트니스의 패트릭 갤리(Patrick Galey) 수석 화석연료 조사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쟁의 그늘 아래 살고 있는 평범한 우크라이나 사람들부터 집 난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전역의 가정에 이르기까지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며 "이번 분석은 결국 화석연료 대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자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 및 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원자재 시장 가격 약세로 수익이 일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석유기업들이 주주들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 석유회사들은 2022년에 1040억달러에 달하는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들에게 큰 이득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2023년에도 1000억달러 넘게 배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갤리 조사관은 "이 기업들은 유럽에서 필요로 하지않고 기후가 감당할 수 없는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늘리는 데 이익을 쓰고 있다"며 "주주 수익만 생각하는 이같은 행태는 화석연료 산업이 소비자와 지구를 망치고 있는 또다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는 기록상 가장 더운 해로 폭염, 홍수, 산불이 발생해 전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피해를 입었다. 또한 많은 연구들은 "폭염과 같은 극한기후는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학교(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경제학자 이사벨라 웨버(Isabella Weber)는 "식품, 해운, 석유 및 가스 분야 기업들의 수익 증가폭이 크다"며 "기업들이 위기를 악용해 고객을 희생시키면서 이윤과 주주 배당을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 목표 가격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위기는 대부분의 유럽인에게 최악의 시기였지만 에너지 기업에게는 최고의 나날이였다"며 "비상사태로 인해 필수부문에서 기록적인 수익이 발생하면 공공과 기업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충격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수익을 거둔 민간 기업들에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부문을 전적으로 맡길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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