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이 어려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RAMP융합연구단 정용채 단장 연구팀은 일정수준 이상의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발현되는 초임계 상태의 물을 이용해 수십분 내에 CFRP 소재를 99% 이상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CFRP는 금속보다 가볍고 강도가 높아 항공, 우주, 자동차, 선박, 스포츠용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에어 모빌리티와 같은 신산업에도 적용되면서 사용량이 증가했다. 그런데 CFRP는 자연분해가 되지 않으며, 고온 소각방식은 독성물질을 배출해 환경오염을 초래하기 때문에 재활용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연구팀은 별도의 촉매제, 산화제, 유기용매등을 사용하지 않고 물만을 이용해 고효율의 재활용 시스템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초임계 상태의 물은 극성, 확산성, 밀도가 높아 CFRP 내의 에폭시만을 선택적으로 제거시켜 재활용된 탄소섬유로 만들 수 있다.
또 글라이신(Glycine)을 초임계 상태의 물에 첨가하면 CFRP를 질소 원자가 도핑된 재활용 탄소섬유로 업사이클링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렇게 업사이클링된 탄소섬유는 기존 재활용 탄소섬유보다 전기적 전도성이 우수하다. 수십 분 내에 단일 재활용 공정만으로 CFRP의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을 동시 처리해 재활용 섬유의 구조와 물성을 제어한 사례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재활용된 CFRP 섬유의 성질이 균일하지 않아 그 활용처가 주로 복합소재의 충진제에 국한됐다. 반면 연구팀이 만들어 낸 업사이클링 탄소섬유는 E-모빌리티 배터리의 전극재로 적용했을 때 코인셀 평가에서 흑연 대비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나타냈다.
KIST 정용채 단장은 "전세계적으로 탄소복합소재의 폐기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친환경적으로 업사이클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저감시키는 것은 물론 E-모빌리티의 배터리 전극재로 전환하는 자원 선순환 구조까지 제시한 의미있는 성과"라고 시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카본'(CARBON)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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