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 산불, 가뭄...'이상기후' 끊이지 않아
최근 지구가 심상찮다. 지난 1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이 임계점인 '1.5℃'를 넘어버린 상태여서 그런지 세계 도처에서 폭우와 폭염, 가뭄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가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전세계 평균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대비 1.58℃를 넘어섰다.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약서 2050년까지 지켜야 할 마지노선으로 정해놓은 1.5℃가 뚫려버린 것이다.
지난해 닥쳤던 '슈퍼엘니뇨'의 영향이 큰 탓이지만 석탄발전이 더 늘고 온실가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어, 지구 평균기온이 다시 예년의 기온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로 54번째를 맞이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의 현재를 조명해봤다.
◇ 겨울에 난데없는 폭우···뜨거워지는 지구
올 3월 전세계 평균기온이 14.14℃로 관측됐다. 역대 가장 높았다. 3월뿐만이 아니다. 이전 10개월 연속 매달 역대 가장 더운 월평균기온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올 3월까지 12개월동안 전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평균기온보다 1.58℃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3월~올 2월까지 12개월 평균기온 역시 1.56℃로 높았다.
이 때문인지 지구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올 2월 일본 홋카이도 몬베쓰시의 최고기온은 예년보다 18.8℃나 높은 17.1℃를 기록했다. 한겨울에 6월 하순과 같은 초여름 날씨가 찾아온 것이다. 스페인에서도 지난 1월 30℃에 육박하는 이상고온이 발생해 한겨울에 해수욕을 즐기러 나온 사람으로 해변이 북적였고, 스키리조트에서는 눈이 녹아 운영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올 2월 미국 캘리포니아는 좁고 긴 형태의 비구름띠인 '대기의 강'이 사흘동안 2차례 덮치면서 폭우와 폭설, 강풍, 높은 파도가 발생했다. 최대 시속 61∼88마일(98∼142㎞)의 강풍으로, 캘리포니아의 약 85만6000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겨울에 난데없이 한달치 폭우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2023년 연말 미국 대부분 지역은 '브라운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다. 크리스마스 당일 눈으로 덮인 미국 국토면적은 전체의 17.6%에 그쳤다. 2022년 크리스마스에 전국토의 53%가 눈에 덮였던 때와 비교하면 대조된다.
동아프리카도 홍수로 초토화됐다. 지난해 11월 에티오피아와 케냐, 소말리아, 수단, 우간다, 부룬디, 남수단 등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폭우로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수도 도도마의 북쪽에 위치한 하낭지역 카테시 마을에 폭우가 내려 수만명이 터전을 잃었다.
◇고온현상에 빈번해진 산불···불타는 지구
기온이 높아지고 토양이 황폐해지면서 산불도 빈번해졌다. 올 3월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산불은 일주일만에 서울의 7배가 넘는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미국 역사상 2번째, 텍사스주 역사상 최대규모 산불이다. 산불의 첫 발화지역인 스모크하우스 크리크의 인근 도시 애머릴로는 화재 당일 낮 최고기온이 27.8℃에 달했다. 예년 낮 최고기온 평균치인 12.2℃를 한참 웃돌았다. 고온, 저습, 강풍 3박자가 맞으면서 산불의 화력은 더 강해졌고, 이로 인해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남미도 화재로 몸살을 앓았다. 올 2월 40℃가 넘는 폭염이 1주일 넘게 지속되면서 칠레 중남부지역에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3일동안 전국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161건에 달했다. 이로 인해 중부와 남부지역에 약 2만6000헥타르(ha)가 화마로 소실됐다. 산불로 칠레 중부 발파라조 지역에서 112명이 사망했다. 콜롬비아도 올 1월 역대 최고기온인 40.4℃까지 치솟았고, 1월~4월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1365건의 산불로 930㎢의 초목이 불에 탔다.
특히 지난해 8월 '지상낙원'으로 불리던 하와이는 100년만에 최악의 산불 참사를 겪으며 생지옥으로 변했다. 하와이 마우이 섬은 2개월간 비가 내리지 않는 심각한 가뭄 상태였고, 나무와 풀이 모두 바싹 말라있는 데다 오랫동안 물기를 머금지 못한 대지는 나무 뿌리가 있는 땅속까지 메마른 상태였다. 이에 산불이 발생했을 때 풀과 나무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땅속까지 파고들었고, 토양 온도가 93℃까지 상승해 잔불이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바람에 추가 피해가 이어졌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100명이 넘는다.
◇질식하는 해양생물···펄펄 끓는 바다
전세계 바다 평균 해수면 온도는 2022년 3월~2023년 3월 매일 역대 일 최고 해수온도를 경신하면서 0.25℃ 증가했다. 이 수치는 지난 20년동안 상승한 바다온도인데, 1년만에 오른 것이다. 온실효과의 90%를 바다가 흡수하는만큼 인간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 2월에는 남극 해빙 면적이 198만㎢까지 떨어졌다. 남극 해빙 면적은 2022년 이전에 단 한번도 200만㎢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최저 기록은 2023년 2월에 세운 178만㎢다. 과학자들은 남극이 급격한 '임계 변화'(critial transition)를 겪고 있다는 증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해수온도가 오르면서 세계 최대 산호군락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가 하얗게 죽어가고 있다. 보통 산호 덮개의 10% 이상이 하얀 골격을 드러내며 표백될 경우 '백화현상'으로 규정하는데, 산호에 색상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작은 조류(藻類)가 수온 상승으로 떠나거나 죽으면 나타난다. 보통 산호 덮개의 10% 이상이 표백될 경우 백화현상으로 규정한다. 백화가 진행된 산호는 73%에 이르고, 산호 덮개의 61% 이상이 표백되는 '매우 높은 수준의 백화'가 진행된 산호는 이 가운데 39%에 이른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텍사스주의 퀸타나 비치 카운티 공원에서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가 해변을 뒤덮었다. 물고기 사체는 9㎞ 길이의 모래사장을 가득 메웠는데, 사인은 질식사로 판명됐다. 온난화로 오른 수온에 바닷물에 녹아든 산소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같은달 멕시코에서는 바닷새 수백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는데, 가뜩이나 물고기 개체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남아있는 물고기들이 차가운 수역을 찾아 더 낮은 바다로 이동하는 바람에 굶어죽은 것으로 멕시코 당국은 바닷새들의 사인을 '아사'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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