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단일식재 생물다양성 훼손
정부가 꿀벌에게 밀원수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멀쩡한 나무를 베어내고 단일종 나무심기를 하면서 숲의 생물다양성을 되레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림청은 해마다 반복되는 꿀벌 집단폐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꿀벌의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꿀 생산량이 풍부한 나무 25종을 선정해 매년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유림에 150헥타르(ha) 규모로 '밀원수림 특화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8년간 조림된 밀원숲은 1263ha에 달한다. 축구장 1263개 크기다.
문제는 이 조림사업이 새로운 숲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숲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밀원수를 식재한다는 점에서 '산림훼손'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7일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생태도시전문위원은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산림청의 밀원숲 조성사업은 멀쩡한 숲을 베어내고 단일종의 나무를 심는 수종갱신사업에 불과하다"면서 "꿀벌을 살린다는 빌미로 벌채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산림청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경제림과 노령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갱신할 때가 된 곳에 밀원수를 우선 심도록 하고 있는 것이지, 멀쩡한 숲을 밀어낸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고 반박했다.
경제림은 벌채를 통해 수피, 목재, 가지 등의 산림자원을 활용할 목적으로 조성하는 인공림을 말한다. 노령림은 벌채할 수 있는 수령에 다다른 오래된 숲을 말한다. 따라서 밀원수 조성이 아니더라도 언제고 베어질 수밖에 없는 나무들이라는 게 산림청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 전문위원은 "노령림은 벌채가 가능한 최소 나이인 '벌기령'을 넘어선 숲이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늙어서 제기능을 못하는 숲이 아닌, 성숙해서 생태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도움이 되는 숲을 의미할 수 있다"며 "목재가치가 떨어지는 '불량림'을 경제가치가 높은 경제림으로 조성하기 위해 숲을 갈아엎기 때문에 결국 이해관계자들의 경제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벌목된 숲이 단일종으로 채워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8년동안 국유림에 조성된 밀원수림 특화단지 1263ha 가운데 아까시나무가 745ha, 산벚나무가 188ha, 헛개나무가 160ha 식재됐다. 정부가 선정한 밀원수는 25종에 이르는데 이 3종의 식재 면적이 절반이 훨씬 넘는 1000ha에 달했다. 참고로 학계는 국내 밀원수 자생종을 625종으로 집계하고 있다. 정부의 밀원수 조림사업이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인공 조림사업은 탄소저장량을 일시적으로 늘리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환경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환경변화연구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단일종 식재는 토종 생태계 파괴, 토양 산성화, 토종식물 폐사, 산불 증가와 같은 악영향을 가져온다. 또다른 연구에서는 자연림이 인공산림보다 40배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이에 많은 생태학자들은 "각국 정부는 상업적 단일 재배보다 토종 숲의 보존과 복원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밀원수로 가장 많이 식재하는 아까시나무에 대해 "헝가리산 외래종이 자생종을 밀어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 한 관계자는 "아까시나무는 국내로 들여온지 100년이 지나 이미 자생종화 돼 있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종도 헝가리에서 육종·개량된 종자로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아까시나무와 차이가 없다"며 "국내 봉군 수는 250만군으로 늘어 전세계 11위이고, 꿀벌밀도는 1㎢당 21.2군으로 2위인 케냐보다 2배 높은 1위이기 때문에 채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아까시나무와 같은 벌꿀 생산량이 풍부한 수종을 위주로 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꿀벌도 단일품종의 꿀을 편식하는 것보다 다양한 꽃꿀을 섭취하는 것이 면역력을 높이는데 더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캐머런 잭 조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전염병인 노제마에 감염된 꿀벌 가운데 다양한 꽃가루를 섭취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꿀벌 집단의 생존률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꿀벌의 수명과 질병에 대한 면역능력은 다양한 꽃가루 섭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단일수종으로 대규모 조림할 경우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위험성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라며 "향후 밀원수종을 늘려 3월~10월 채밀가능한 다층형 복합 밀원숲을 조성해나가기 위한 연구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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