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그늘진 곳 주차하고 창문 열어놔야
자동차 시트에 들어있는 난연제가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독성물질은 특히 여름철에 차량 내부에서 농도가 짙어지면서 각종 건강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학교 레베카 호엔 연구팀이 2013~2022년 출고된 전기자동차, 내연기관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101대의 차량 내부 공기를 측정한 결과, 99%에서 '트리스(1-클로로-이소프로필) 인산염'(TCIPP)이 검출됐다. TCIPP는 미국 보건부 산하 국가독성물질관리 프로그램(NTP)이 잠재적 발암물질로 조사중인 난연제다.
차량 내부의 공기측정은 여름철과 겨울철에 각각 이뤄졌는데, TCIPP의 경우 여름철 농도는 231ng/g, 겨울철 농도는 62.9ng/g으로 검출됐다. 여름철 농도가 겨울보다 4배 더 높았다.
트리부틸인산염(TNBP) 농도 역시 여름철과 겨울철 각각 9.87ng/g과 2.64ng/g로 나타났고, 인산트리에틸(TEP) 농도는 여름과 겨울에 각각 26.9ng/g과 13.6ng/g 검출됐다. 트리스(1, 3-디클로로-2-프로필) 인산염(TDCIPP)은 여름에 8.82ng/g 검출됐지만 겨울에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 물질들은 모두 생식장애, 신경장애와도 연관이 있는 독성물질이다.
특히 몇몇 역학조사에 따르면 난연제에 장기간 노출된 아이들의 경우 지능지수(IQ)가 3~5포인트 떨어졌고, 혈중 내연재 농도에 따라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4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난연제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1970년대 미국 연방정부가 채택한 도로교통안전국(NHTSA) 기준이 그대로 쓰이고 있어 이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패트릭 모리슨 국제소방관협회(IAFF) 보건·안전·의학 국장은 "난연제는 화제예방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더 많은 연기와 독성물질을 뿜어내게 해 피해자와 긴급 구조원에게 해를 끼칠 뿐"이라고 밝혔다.
여름철 검출 빈도가 높은 이유는 기온이 높을수록 차량 실내 내장재의 가스배출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땡볕에 노출된 차량 실내온도는 50~70℃까지 오를 수 있다. 연구팀은 난연제 관련 기준이 개정되기전까지 건강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여름철 되도록 그늘진 곳에 주차하거나 창문을 살짝 열어놓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 연구논문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화학회지(ACS)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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