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종식 이후 내리막을 걷던 게임업계가 도약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게임사 대부분이 무난한 1분기 실적을 거둠과 동시에 2분기를 기점으로 신작 출시가 예정된 만큼, 이를 기점으로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실적 발표를 끝으로 주요 게임사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넥슨의 1분기 실적은 매출 9689억원, 영업이익 2605억원, 당기순이익 3210억원을 기록했다. 'FC' 프렌차이즈의 선방과 '블루아카이브'의 글로벌 흥행 성과 덕분에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165.7%나 올랐다. 다만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 실적에 비해선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2.6%, 48.2% 감소했다. 2분기에는 보다 더 나아진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16일 글로벌 히트작 '데이브 더 다이버'의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이 출시됐고, 오는 21일 인기 IP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이 중국 시장에 론칭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최악'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성적표를 들었다. 엔씨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9%, 69.5% 감소한 3979억원과 257억원이다. 지난해 최고 기대작이었던 PC게임 'TL'(쓰론 앤 리버티)이 국내에서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한 데다, 주력 사업인 모바일 게임 매출도 25%가량 줄어든 영향이다. 이에 더해 연내 TL 글로벌 출시에 앞서 개발 및 마케팅 비용 집행 등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씨는 TL의 글로벌 출시 외에는 확정된 성장 동력이 없어 이후로도 좋은 실적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엔데믹 이후 오랫동안 적자를 보던 넷마블은 올 1분기 매출 5854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1분기에 특별한 신작은 없었지만 영업비용 축소 등 비용 효율화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넷마블은 지난 8일 글로벌 출시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필두로 올해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레이븐2' 등 대형 신작 3종 출시를 앞세워 2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어두운 시장 전망을 깨고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주인공은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659억원, 31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6%, 9.7% 증가했다. 자사 인기 IP '배틀그라운드'의 꾸준한 흥행과 다양한 라이브 서비스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으며, 특히 지난해 '모바일 배틀그라운드'의 인도 시장 재진입이 큰 성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크래프톤은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트래픽 확보 및 유료화 모델의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신규 IP를 위한 투자 및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현재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 등 신작 개발 소식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매출 2463억원, 영업이익 1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 감소했지만 신작 '롬'(ROM) 출시 영향과 주요 IP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대규모 리뉴얼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영업이익은 8.1%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는 2분기부터 주요 게임 타이틀의 서비스 권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오는 21일 수집형RPG '에버소울'은 일본에 론칭될 예정이며, MMORPG '아키에이지 워'도 대만, 일본, 동남아 등 9개 국가에 출시된다.
2025년에는 AAA급 콘솔 및 PC 게임 '아키에이지2'를 비롯해 '크로노 오디세이', '프로젝트V', '프로젝트C' 등 다수의 신작을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라 밝혔다.
중견 게임사들도 괜찮은 실적을 내면서 신작 부재를 넘겼다. 네오위즈는 별다른 신작을 내진 못했지만 지난해 출시한 'P의거짓' 흥행을 기반으로 올 1분기 매출 971억원, 영업이익은 1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6% 상승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1085.2%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적자와 흑자를 오갔지만 자체 IP 게임의 흥행과 '고양이와 스프' 등 기존 게임의 글로벌 시장 진출로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위메이드는 흑자전환에는 실패했지만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1분기 매출은 1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6% 증가했으며 영업손실은 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0억원을 축소했다. 주요 매출 증가 요인은 지난 3월 출시한 '나이트 크로우'의 글로벌 흥행 덕이다. 이에 더해 블록체인 플랫폼 부문 매출도 '위믹스 플랫폼'을 비롯한 거래량 증가로 지난해보다 1.4배 가량 증가했다. 위메이드는 올 하반기 대작 MMORPG '레전드 오브 이미르' 출시를 기점으로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밖에도 자사 인기 IP인 '쿠키런'으로 오랜 암흑기를 버티던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킹덤' 흥행과 전사적 비용 효율화로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컴투스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와 야구 게임 라인업 등 주력 타이틀로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올 2분기부터 각 게임사에서 신작이 대량으로 나온다"며 "대부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출시되는 만큼 국내 게임 업계 불황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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