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미국이 오는 11월 플라스틱 국제협약 최종회의를 앞두고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으로 입장을 선회함에 따라, 최종회의 개최국인 우리나라도 좀더 강력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플라스틱 국제협약 협상단 관계자의 말을 빌어 미국 정부가 오는 11월 25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5차 플라스틱 국제협약 최종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플라스틱 생산에 투입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공동퇴출 목록 마련 등을 지지할 예정이라고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기존에 고수하던 입장에서 180도 바꾼 것이다. 미국은 4차 협상까지 생산량 감축보다 '재활용'에 초점을 맞췄고, 협약의 법적 구속력보다는 '자발적 감축목표'를 지지하며 플라스틱 다소비·다생산국인 중국, 산유국 등과 입장을 같이 했다. 플라스틱 오염 피해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 연합(HAC)에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하게 미가입 상태다.
미국 정부가 입장을 선회한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미국은 2022년 기준 플라스틱 수입량 1위, 수출량 2위인 플라스틱 다소비·다생산국다. 미국 플라스틱 업계를 대표하는 미국화학협회(ACC)의 크리스 얀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플라스틱 생산량 제한을 지지한다는 백악관의 입장 전환은 미국 제조업과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배신하겠다는 신호"라고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사실 바이든 정부의 이같은 신호는 이미 감지되고 있었다. 지난달 19일 미국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연방정부의 조달품목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전면 퇴출시킨다는 내용이 담긴 '플라스틱 오염대응을 위한 신규전략'을 공개하는 등 점차 플라스틱 오염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전략을 통해 미국 정부는 전세계적인 플라스틱 오염위기를 '가장 절박하고 중대한 환경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던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 연합(HAC)으로 입장을 선회하게 되면서 환경단체들은 미국의 입장 선회가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최종성안이 강력해지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입장변화는 최종회의 개최국이면서 플라스틱 국제협약에 대해 아직 이렇다할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세계 4위의 합성수지 생산국이니만큼 전세계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책임도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폐기물 관리'에만 집중하고, '생산량 감축'과 같은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에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우리나라는 HAC 가입국이면서 마지막 협상 개최국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오염종식을 위해 더욱 강력한 협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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