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관광지 68%가 '기후위기 고위험군'에 속할 것으로 보여, 호주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고사위기에 직면해있다.
9일(현지시간) 취리히보험과 만다라파트너스가 호주 관광지 178곳에 대한 기후위기 취약성을 평가한 '기후위기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대비 2℃ 올랐을 경우 호주 전체 관광지의 68%, 3℃ 오르게 되면 80%가 '기후위기 고위험군'에 속하게 된다.
기후위기지표는 홍수, 폭염, 가뭄, 산불, 우박 등 9가지 기후위기 위험요소에 따른 위험단계를 5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1가지 이상의 위험요소가 운영상에 심대한 차질을 빚는 관광지의 경우 위험단계 3 이상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지구의 배꼽으로도 불리는 거대한 바위산 울루루, 해변휴양지 본다이 비치, 남극해를 따라 이어지는 그레이트오션로드 등 유명 관광지도 고위험군에 속해있다.
이미 호주에서는 남부 와인산지가 산불에 휩싸이고, 세계 최고(最古)의 데인트리 열대우림 국립공원이 홍수로 출입이 불가능해지고, 주요 공항에 불어닥친 극심한 폭풍우로 관광객들의 발이 묶이는 등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 가장 이용률이 높은 공항 31곳 가운데 94%가 폭풍이 심화됨에 따라 가장 높은 위험군인 위험단계 5에 속할 전망이다.
관광객이 호주로 들어오는 첫 관문인 공항부터 거의 운영이 불가능해질 위기에 처하면서 호주 GDP의 10%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고사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주 관광산업은 62만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고, 호주에서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1700억호주달러(약 152조3242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기후재해가 발생하면 관광수입은 크게 타격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9~2020년 여름에 발생했던 산불로 당시 호주 관광수입은 35% 급감했고, 17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만다라파트너스의 경제전문가 애덤 트릭스 박사는 "호주 정부는 탄소배출량 저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우박으로 손상된 관광명소, 강풍으로 인해 폐쇄된 공항 등 기후위기로 인한 물리적 위협에 대비하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이에 앞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취리히보험 오세아니아 지부 저스틴 델라니 최고경영자(CEO)는 "호주의 관광자산은 호주 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국가 정체성의 중심에 있다"며 "특히 이번 연구는 고용, 소비, 투자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광자산의 복원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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