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상륙한 태풍 가운데 가을태풍에 의한 피해가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돼 아직 태풍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에너지·기후정책 싱크탱크 '넥스트'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청이 태풍 관측을 시작한 1951년 이래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236개 가운데 178개(75%)가 여름(6~8월), 55개(23%)는 가을(9~11월)에 영향을 줬다.
그러나 태풍에 의한 피해가 가장 컸던 시기는 가을이다. 2013년~2022년까지 10년간 태풍 피해복구액 총 4조6363억원 가운데 95%인 4조3887억원이 가을에 상륙한 태풍으로 인한 피해복구 비용이었다. 역대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태풍으로 꼽히는 2003년 '매미'도 9월에 발생한 가을 태풍이다.
또 넥스트가 재해연보에 자산피해액이 기록된 태풍을 기준으로 실제 피해를 일으킨 태풍을 구분해보니 여름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47%만 피해를 발생시켰는데 가을 태풍은 이 비율이 72%까지 치솟았다.
이는 태풍이 가을에 발생하면 여름에 발생했을 때보다 강도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태풍은 바다에서 열을 공급받아 세력을 키우는데 해수면 온도는 한여름이 아닌 9월에 연중 가장 높다. 물은 비열이 크기 때문이다. 장마철 등 여름 '우기'에 내린 비로 피해가 누적된 상태라는 점도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다.
올해는 태풍 피해가 크진 않았지만, 현재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4℃ 높아 언제든 강한 태풍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태풍은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 20% 수준이던 가을 태풍 비중이 최근 33%까지 증가했고, 특히 올여름처럼 가을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지 않고 한반도 주변에 자리해 '태풍의 길'을 제공할 가능성도 기후변화로 커졌다. 태풍은 보통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이동한다.
넥스트 송강현 책임연구원은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훨씬 적지만, 더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기후변화로 가을 태풍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기상청 관계자도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높아 태풍 발달 가능성이 높고, 태풍의 북상을 막아주던 고기압들이 약화된 상태라 태풍 상륙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