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말로만 탄소중립?..."화석연료 보조금, 재생에너지 10배"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0-10 16:44:51
  • -
  • +
  • 인쇄
지원 사업수는 화석연료가 재생에너지의 2배
화석연료 세부사업별 보조금 공식통계도 없어


국내 화석연료 보조금이 재생에너지 보조금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녹색전환연구소, 나라살림연구소, LAB2050 주최로 10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예산·세금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임현지 부연구위원은 "2024년 기준 화석연료 보조금은 10조5000억원이고,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1조1000억원 수준"이라며 "예산상으로 봤을 때 우리 정부가 탄소중립이나 에너지전환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세부사업별로 보면 화석연료 지원사업은 158건인데 비해 재생에너지 지원사업은 69건에 그쳤다. 화석연료는 재생에너지에 비해 보조금 규모는 10배가 높고, 지원사업은 2배가 넘는 상황이다. 올해 화석연료 지원사업 예산은 5600억원, 재생에너지는 5500억원으로 엇비슷하게 삭감됐지만 지원사업 규모가 다르다보니 감소율로 따지면 화석연료가 5%, 재생에너지는 32%로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에너지원별로 보면 석유 지원사업이 7조3000억원으로 압도적 1위다. 가스와 석탄은 각각 1조원이 넘는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현재 주요 7개국(G7)은 2025년까지 화석연료 보조금을 철폐하고, 석탄발전이나 석유·가스 난방보조금 폐지를 법제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보조금 일몰을 연장하는 등 국제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더구나 화석연료 세부사업별로 보조금을 얼마나 지급하고 있는지에 대한 공식통계조차 없다.

이에 대해 임현지 연구위원은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계속 주면서 기후대응 예산을 쓰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보조금 제도를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유류세, 전력기금부담금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세금인하가 화석연료 보조금의 절반이 넘는 5조7000억원을 차지한다. 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기후위기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게 할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소비를 되레 촉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짚었다.

화석연료를 고착화시키는 난방지원 정책도 문제로 꼽았다. 우리나라 도시가스 보급률은 85% 전세계 2위다. 그런데 정부는 도시가스 인프라를 더 확충할 계획이다. 임 위원은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은 대부분 인구밀집도가 낮은 에너지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며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면서 도시가스 인프라를 확대하려는 것은 좌초자산을 늘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에너지취약계층에게 연탄쿠폰, 등유나눔쿠폰 등 화석연료 에너지바우처 대신 태양광, 히트펌프 등으로 주택 에너지자립률을 높이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5등급 노후경유차를 폐차할 때 지원하는 보조금을 전기자동차 전환시 지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후경유차 폐차에 지원되는 예산은 6조2000억원으로, 화석연료 보조금의 59%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 보조금의 50%가 3, 4등급 경유차를 구매하는데 쓰이고 있다. 수송부문 탈탄소를 위한 보조금이 또다른 탄소배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후경유차를 전기차로 전환했을 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보조 예산을 계속 지출하지 않도록 노후경유차를 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연구위원은 "정부 예산 가운데 소득역진성이 있거나 낭비적인 소비를 조장하거나 고정효과를 유발하는 화석연료 보조금 사업이 다수 있다"며 "단계적으로 이 보조금을 어떻게 폐지할지 기준을 만들고, 폐지기한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이니스프리, 수거 공병으로 만든 '마키토이 그린티' 한정판 출시

이니스프리가 국내 작가 '마키토이'와의 협업한 '마키토이 그린티' 한정판을 출시했다고 30일 밝혔다.이번에 출시한 '마키토이 그린티 리미티드 에디션

대한항공, 폐항공기 업사이클링…네임택·볼마커 굿즈 출시

대한항공이 폐항공기 동체로 제작한 업사이클링 굿즈 시리즈에서 에어버스 A380 기종을 활용한 제품을 처음 선보인다.대한항공은 브랜드 굿즈 공식 판

전국 226개 시군구, 첫 탄소중립 계획 수립…감축사업 본격화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가 모두 탄소중립 실천전략을 담은 '제1차 시군구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해 5월 30일까지 환경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신임 대표에 SK E&S 추형욱 대표 선임

SK이노베이션이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에는 장용호 SK(주)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SK이

"탄소중립 정책, 韓 규제 중심인데 美日은 성장지향형 전략"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이 규제에 갇혀있는 사이, 미국과 일본은 탄소감축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나라도 이제 탄소중립을 규

EU '탄소세' 2027년으로 연기...적용대상도 '50톤 이상 기업'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시점을 2027년으로 1년 미뤘다. 또 적용대상 기업도 연간 50톤 이상의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등을 수출

기후/환경

+

美 청소년들 트럼프 反기후정책에 제동..."생명권 침해" 헌법소원 제기

친(親) 화석연료 정책을 추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청소년들에게 '생명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당했다.30일(현지시간) 비영리 법률단

하와이 산호초까지 위험하다...기후변화와 성게 급증이 원인

하와이 산호초들이 파괴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가득이나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급증한 성게의 먹잇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28일(현지시간) 켈리 반

AI가 제작한 국내 '홍수 위험지도'...침수위험 높은 지역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의외로 홍수에 취약한 지역인 것으로 인공지능(AI) 분석에서 나왔다.포항공과대학교(POSTECH)와 경북대학교가 인공지능(AI)을 통

EU '2030 55% 감축' 목표 근접…2040년까지 90% 줄인다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55%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2040년까지 90% 감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EU집행

수출입銀-무역보험공사, 모잠비크 가스전 투자 '급제동'?

모잠비크 시민단체와 한국 청년활동가들이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투자 검토하고 있는 해외 가스전을 상대로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

[영상] 우려가 현실로...빙하 사라진 스위스 마을 산사태로 매몰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버린 스위스의 한 산간마을이 산사태로 묻혀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28일(현지시간) 스위스 발레주 블라텐 마을에 대규모 산사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