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세부사업별 보조금 공식통계도 없어
국내 화석연료 보조금이 재생에너지 보조금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녹색전환연구소, 나라살림연구소, LAB2050 주최로 10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예산·세금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임현지 부연구위원은 "2024년 기준 화석연료 보조금은 10조5000억원이고,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1조1000억원 수준"이라며 "예산상으로 봤을 때 우리 정부가 탄소중립이나 에너지전환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세부사업별로 보면 화석연료 지원사업은 158건인데 비해 재생에너지 지원사업은 69건에 그쳤다. 화석연료는 재생에너지에 비해 보조금 규모는 10배가 높고, 지원사업은 2배가 넘는 상황이다. 올해 화석연료 지원사업 예산은 5600억원, 재생에너지는 5500억원으로 엇비슷하게 삭감됐지만 지원사업 규모가 다르다보니 감소율로 따지면 화석연료가 5%, 재생에너지는 32%로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에너지원별로 보면 석유 지원사업이 7조3000억원으로 압도적 1위다. 가스와 석탄은 각각 1조원이 넘는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현재 주요 7개국(G7)은 2025년까지 화석연료 보조금을 철폐하고, 석탄발전이나 석유·가스 난방보조금 폐지를 법제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보조금 일몰을 연장하는 등 국제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더구나 화석연료 세부사업별로 보조금을 얼마나 지급하고 있는지에 대한 공식통계조차 없다.
이에 대해 임현지 연구위원은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계속 주면서 기후대응 예산을 쓰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보조금 제도를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유류세, 전력기금부담금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세금인하가 화석연료 보조금의 절반이 넘는 5조7000억원을 차지한다. 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기후위기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게 할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소비를 되레 촉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짚었다.
화석연료를 고착화시키는 난방지원 정책도 문제로 꼽았다. 우리나라 도시가스 보급률은 85% 전세계 2위다. 그런데 정부는 도시가스 인프라를 더 확충할 계획이다. 임 위원은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은 대부분 인구밀집도가 낮은 에너지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며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면서 도시가스 인프라를 확대하려는 것은 좌초자산을 늘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에너지취약계층에게 연탄쿠폰, 등유나눔쿠폰 등 화석연료 에너지바우처 대신 태양광, 히트펌프 등으로 주택 에너지자립률을 높이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5등급 노후경유차를 폐차할 때 지원하는 보조금을 전기자동차 전환시 지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후경유차 폐차에 지원되는 예산은 6조2000억원으로, 화석연료 보조금의 59%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 보조금의 50%가 3, 4등급 경유차를 구매하는데 쓰이고 있다. 수송부문 탈탄소를 위한 보조금이 또다른 탄소배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후경유차를 전기차로 전환했을 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보조 예산을 계속 지출하지 않도록 노후경유차를 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연구위원은 "정부 예산 가운데 소득역진성이 있거나 낭비적인 소비를 조장하거나 고정효과를 유발하는 화석연료 보조금 사업이 다수 있다"며 "단계적으로 이 보조금을 어떻게 폐지할지 기준을 만들고, 폐지기한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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