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힘입어 VCM역할과 원전 논의 본격화
오는 11월 11~22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릴 예정인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금융'이 핵심 어젠다가 될 전망이다.
지난 10일 당사국총회 사전회의에서 무크타르 바바예프 COP29 의장은 "기후금융은 COP29의 주요 의제이자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역대 처음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5℃를 넘어선 연도에 치뤄지는 COP가 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영국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카본브리프는 올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57℃에 달해 지난해 1.48℃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가장 더운 해가 경신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기후위기 때문에 더욱 강력해진 허리케인이 강타한 미국 남동부는 2500억달러(약 345조원)에 달하는 경제피해를 입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르고, 국가 예산의 9%를 기후위기 대응에 쏟아붓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좌시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 누가, 얼마나?···기후재원 목표 새로 수립
올해 COP29에서는 각국의 기후공약이 시급히 이행될 수 있도록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 New Collective Quanitifed Goal)를 새롭게 수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CQG는 2025년부터 개도국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원금 규모를 수립하고, 재원을 공여할 국가와 재원을 공여받을 국가를 결정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COP15에서 선진국들은 개도국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2020~2025년 연평균 1000억달러(약 138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 재원은 2022년에 와서야 겨우 달성될 정도로 진척속도가 느렸다. 더구나 2025년 2월까지 각국은 유엔에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하는데, 개도국들이 실질적인 NDC 2035를 수립하려면 재원이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당사국들은 올해 총회에서 NCQG 목표를 새로 설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NCQG 수립은 벌써부터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산하 재정상설위원회는 개도국 기후재원으로 연간 5000억달러(약 691조원)를 제안했지만, 개도국들은 2조달러(약 2765조원)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선진국들이 약속한 금액이 충분하지 않고, 이마저도 늦게 이행됐기 때문에 연체비까지 포함한 금액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1000억달러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민간금융 역할 절대적···VCM, 제도권 품에 안기나
이처럼 선진국과 개도국이 목표로 하는 금액이 큰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민간금융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COP29에서도 민간금융의 핵심이 될 '자발적 탄소시장'(VCM)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VCM은 국제조약이나 정부규제에 따른 감축의무가 없는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탄소감축 사업을 벌이고, 감축한 탄소를 거래하는 시장이다. 현재 전세계 경제활동의 90%가량이 각국의 넷제로 목표에 포함된 것으로 추산된다. 달리 말하면 세계 경제활동의 90%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모두 탄소감축 사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VCM 거래량은 지난 2021년 10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 50배, 2050년에는 100배 규모로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또 탄소감축 사업 대부분의 투자는 개발도상국에 이뤄지고 있어 공적개발원조(ODA)와 같은 수단에 비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COP28에서도 유엔의 관리 하에 하나로 통합된 국제 탄소시장 관련 논의가 진행됐지만 투명한 검증체계와 인정 범위 등 표준과, 탄소상쇄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차로 불발됐다. 이에 지난 10일 사전 당사국총회에서는 실효성 있는 고품질의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을 출범시키기 위해 탄소상쇄 사업의 범위와 발급 등에 관한 평가기준을 의제로 담아 본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고개드는 원전···EU 저탄소기술에 원전 첫 포함
지난해 COP28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원자력발전 포함 '무탄소에너지(CFE) 연합' 이니셔티브도 다시 주목받을 전망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는커녕 2℃ 이내로도 제한하기 어려워지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상승한 에너지가격,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에너지수요 폭증으로 수단을 가릴 상황이 아니게 되면서 '실용주의'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EU 에너지장관 회의에서는 COP29에서의 기본 입장을 '저탄소기술 개발 촉구'로 합의하면서 저탄소기술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것을 처음 동의했다. 같은날 프랑스와 네덜란드 정부는 원전에 대한 연구개발, 핵폐기물 관리 등 정책 지원을 늘리기 위해 양국 협력을 강화할 것을 골자로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AI 전력수요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충당하지 못할만큼 폭증하면서 RE100 달성에 차질이 빚어지자 지난달 24일 더클라이밋그룹은 구글, 아스트라제네카, 보다폰 등이 창립 회원사로 참여한 '24/7 무탄소이니셔티브 연합'을 출범시켰다. 원전을 비롯해 무탄소 그리드망을 구축해 24시간 연중무휴 100% 무탄소 전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단체로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COP29에서는 지난해 COP28에서 123개국이 서명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을 이어받아 '글로벌 에너지 저장장치 및 전력망' 서약이 추진될 예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 이행의 진정한 어려움은 설비용량을 늘리는 일보다 갖춰진 설비용량을 전력망에 접속시키는 데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아제르바이잔 주최측은 이번 서약을 통해 2030년까지 전세계 에너지저장장치의 용량을 2022년 250기가와트(GW)보다 6배 늘어난 1500GW 규모로 확충하고, 신규 송배전선이나 기존 송배전선의 교체를 통해 전력망을 2040년까지 8000만km 추가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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