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공급부족에 해외인증 없는 韓탄소상쇄권
국제항공 노선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대한 국제규제가 2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마련되지 않아 항공업계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 배출량이 증가하면 2년 후 온실가스를 연간 570만톤이나 감축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이의 절반도 감축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996톤에 달했던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은 '국제항공 탄소감축·상쇄제도'(CORSIA)에 따라 오는 2027년부터 2019년 배출량의 85% 수준까지 감축해야 한다. CORSIA는 지난 2022년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2027년부터 국제항공 배출량을 2019년의 85%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이 골자다.
2019년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은 2320만톤이다. 따라서 2027년부터는 2320만톤에서 15%를 뺀 1972만톤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2023년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 1996톤과 비교하면 24만톤만 감축하면 되겠지만 2020년 이후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이 계속 증가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2년간 이 배출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0년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은 1104만톤, 2021년 1027만톤까지 급감했다. 하지만 2022년 1280만톤에서 2023년 1996만톤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ICAO 탄소배출량 추정 및 보고 도구를 기반으로 추정한 2025년 예상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은 2369만톤이다. 이 추세대로 가면 2027년에 2542만톤까지 증가한다는 것이다.
2027년에 2019년 배출량인 2320만톤의 85%인 1972만톤까지 줄여야 하는데 의무화가 시행되는 2027년 배출량이 2542만톤에 이르게 되면, 2년 내에 무려 570만톤의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문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국내에서 570만톤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ICAO는 항법 및 기체 효율화, 지속가능항공유(SAF) 도입, 탄소상쇄권 구매 등을 국제항공 배출량 저감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법 및 기체 효율화를 통해 연간 배출량의 약 0.6% 감축하고 있는데, 이를 2027년 국제항공 배출량 예상치에 적용하면 71만2800톤이다. 또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탄소상쇄권은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를 통해 발급된 약 140만톤이다.
SAF의 경우,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것은 폐식용유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연료용으로 회수되는 폐식용유는 18만9500톤이다. 항공유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kg당 3.16kg이지만 폐식용유 기반의 SAF 탄소배출량은 1kg당 2.53kg이다. 항공유 배출량의 20% 수준이다. 따라서 18만9500톤을 모두 SAF로 사용했을 때 탄소저감량은 46만7680톤이다.
항법 및 기체 효율화를 통해 감축한 71만2800톤과 SAF를 통해 확보한 46만7680톤을 합치면 118만480톤이다. 여기에 탄소상쇄권 140만톤을 합치면 258만480톤으로, 감축해야 할 570만톤의 45.3%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311만9440톤을 해외 탄소상쇄권을 사서 감축한다면 약 281억원의 비용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지난해 탄소상쇄권 평균 가격인 6.53달러(약 9000원)을 적용하면 그렇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문제로 항법 및 기체 효율화는 한계가 있고, 수소·전동화 항공기 등 무탄소 에너지원 기반 항공기체가 상용화되는 시점은 2040년 이후로 점쳐지고 있어 그동안 화석연료를 SAF로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가격이 3배가량 높고, 생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은 제도적 인센티브를 통한 생산·급유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해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 정책이 미비하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SAF 의무 사용비율을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 등으로 정하고 있다. 또 SAF를 사용하는 항공사들에게 탄소배출권 2000만개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미국은 2030년 10%, 2050년 100%를 목표로 1갤런당 최대 1.75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은 2030년 10%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고, SAF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준다. 정유사들은 SAF 투자를 위한 채권도 발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027년 SAF 혼합 목표를 1%로 정했을 뿐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2027년까지 목표로 줄일 수 있는 탄소배출량은 약 16만톤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 국제항공 배출량의 0.6% 수준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연료용으로 수거된 폐식용유는 대부분 차량용 바이오디젤로 쓰이고 있고, 대한상의의 탄소상쇄권도 ICAO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현재로선 대응 수단이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현재 국제항공 배출량은 2027년 의무화 이전 자발적으로 CORSIA에 참여한 126개국 노선만 계산된 것으로, 우리나라와 노선이 가장 많은 중국이 빠져있다"면서 "2027년부터 항로가 중국을 포함해 193개국으로 확장되면 항공업계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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