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빚은 스페인 남동부 기습폭우로 입은 경제적 손실이 15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5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 상공회의소는 이번 수해지역 가운데 발렌시아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 이로 인해 지역 내 업체들이 입은 손실액 규모가 100억유로(약 15조300억원)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봤다.
지난달 29일 스페인 동부와 남부지역에는 하루 최대 500㎜의 폭우가 퍼부었다. 일부 지역에는 넉달치 강수가 하루에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만들어진 흙탕물은 도로와 집들을 집어삼켰다. 1층에 있는 4500여곳의 사무실과 가게들이 이 흙탕물에 파묻혔고, 5만헥타르(ha)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스페인 기상당국은 이번 기습폭우의 원인을 '기후위기'로 지목하고 있다. 지중해의 온도와 습도가 예년에 비해 크게 높아지면서 강한 비를 뿌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중해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약 1만m 상공에 있는 영하 75℃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서 강한 폭풍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페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으로 발생한 피해로 인해 대출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스페인 중앙은행 앙헬 에스트라다 금융안정책임은 "발렌시아 지역 가계대출은 130억유로(약 19조5374억원), 기업대출은 70억유로(약 10조5202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스페인 정부는 수해지역에 106억유로(약 16조원)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피해지역의 중소기업, 자영업자, 개인 가구를 위해 50억유로(7조5000억원)를 대출해주기로 했다. 특히 수해지역 내 15만건의 주택담보대출 계약에 대해서는 대출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첫 3개월간 월 할부금 납부가 면제되고, 이후 9개월간은 이자만 납부하면 된다.
에스트라다 책임은 "아직 정확한 피해규모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자본의 파괴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자본파괴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피해는 금융업계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기후 리스크가 구체화되고 있어 기후재난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와 저탄소전환에 따른 전환 리스크를 측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보험협회 UNESPA의 미렌추 델 바예는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스페인에서 기후 사건으로 인한 가장 큰 손해배상 청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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