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폐지는 공화당 의원·석유업계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민주당의 바이든 행정부가 진행했던 상당수의 기후정책들이 대거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만큼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그의 정책이 미국의 기후위기 대응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학교 석좌교수는 지난 1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환경에 있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그는 녹색전환을 중단하고 휘발유와 석탄을 태우던 구시대 미국으로 전력 질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측근들이 공화당 재집권 준비를 위한 청사진을 담은 920쪽 분량의 '프로젝트 2025'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기후대응 조처를 되돌리기 위한 계획을 담고 있다. 트럼프는 가장 먼저 바이든 행정부가 재가입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할 것을 공언한 바 있다. 이밖에도 트럼프가 철회·축소하려고 했던 환경규제는 112건에 달한다.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규제도 다시 추진할 공산이 크다.
환경 관련 정부부처의 권한을 대폭 축소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 2025'에는 미국 환경청(EPA)이 지난 2009년 발표한 '인간활동에 의해 유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인류보건에 위해하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철회하고, 연방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할 권리를 없애려고 한다. 세계적인 기후데이터 연구기관인 미 해양대기청(NOAA)도 '기후변화 경종으로 돈을 버는 업계의 주된 원동력'이라는 이유로 해체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2030년 미국의 탄소배출량은 40억톤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카본브리프는 이 40억톤이 지난 5년간 전세계 청정에너지 전환으로 얻은 탄소저감량 성과의 2배를 무효로 하는 수치라는 설명이다.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는 트럼프 재집권시 미국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은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산업계의 주요 관심사인 IRA만큼은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기후정책임에도 폐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신규 법안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법으로 제정되기 때문인데, 현재 상원과 하원 모두 민주당과 공화당 의석수가 큰 차이가 없고 양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가 된다 하더라도 IRA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지역이 공화당 텃밭이기 때문이다. IRA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의 56%가 공화당 지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고, 프로젝트에 의해 창출된 고용규모 8만3000명 가운데 63%가 해당 지역에 할당됐다.
특히 트럼프는 '최우선 과제'로 화석연료 사용 확대를 지목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IRA를 '신종 녹색 사기'라고 비판했지만, 오히려 화석연료 업계는 이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셰브론, 엑슨모빌,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등 석유회사들은 IRA를 통해 지원받는 3700억달러(약 517조원) 규모 친환경 세금감면을 활용해 수소나 탄소포집 기술에 대한 투자자금의 상당량을 의존하고 있어 IRA가 폐지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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