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추가완화·對中관세 반사이익은 호재
청정에너지 기업을 지원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폐지되면 미국에 공장을 짓고있는 국내 배터리업체뿐 아니라 미국에서 태양광 장비를 생산하는 한화도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한화는 IRA가 전면 폐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 트럼프 인수위원회의 움직임으로 봤을 때 이를 속단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트럼프 인수위원회는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은 16일(현지시간) 에너지부 장관에 셰일가스 기업 CEO 출신인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지금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해왔던 청정에너지 정책을 정면으로 뒤집겠다는 시그널인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같은 행보에 국내 청정에너지 관련주들은 일제히 폭락했다. 특히 IRA 폐기가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에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포스코홀딩스,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주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이 여파는 전기차에게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대차그룹은 불확실성을 대응하는 차원에서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지난해보다 한달 앞당겨 단행했다.
미국에서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한화솔루션도 IRA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트럼프 인수위가 현재 백지화하려는 것으로 알려진 IRA 지원책은 전기차 구매자에게 지원하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이다. 여기에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까지 백지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AMPC는 미국에서 태양광과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에게 세금을 감면해주는 IRA법에 기반한 제도다. 만약 AMPC가 백지화되면 한화솔루션은 연간 최대 1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은 3조2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태양광 생산시설을 확충했다. 달튼공장을 증설하고 카터스빌공장을 신설해 오는 2025년 상반기까지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연 8.4기가와트(GW)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태양광 모듈과 셀, 잉곳·웨이퍼까지 공장 가동률을 최대로 유지했을 때 AMPC 감면액은 8억75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는 보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에서 세금을 감면받으면 한화솔루션은 내년부터 빠르게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AMPC를 폐지할 경우 1조원 세금감면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도 AMPC가 백지화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AMPC 수혜지역 대부분은 공화당 텃밭이어서 해당 지역 공화당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보조금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AMPC 보조금은 지역구의 일자리 창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의원들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인 달튼공장과 카터스빌공장은 오는 2025년 고용인력이 45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 공장들이 미국에서 인구가 8번째로 많은 조지아주의 지역경제 기반이 되자,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를 비롯한 공화당 지역구 의원들은 AMPC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해왔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1기 트럼프 정부 때에도 오바마케어 폐지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며 "실질적으로 수혜를 입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에 손바닥 뒤집듯 AMPC를 뒤엎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만약 IRA법에서 전기차 보조금만 폐지된다면 한화솔루션은 오히려 호재를 맞을 수도 있다. 트럼프 차기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2025년 만료되는 '감세와 일자리법'(TCJA)을 연장하는데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TCJA는 트럼프가 1기 행정부에서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춘 것으로,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TCJA 연장과 함께 법인세율을 15%까지 더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2025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한화솔루션 입장에서는 법인세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일 경우에도 한화솔루션 입장에서는 반사이익을 노려볼 수도 있다. 현재 중국 태양광 패널제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저가공세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산 제품의 관세가 높아지면,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한화가 가격경쟁력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차기 정부의 국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연방 상원의원은 중국을 겨냥해 '미국이 지금껏 직면한 가장 발전된 적'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강경파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를 최대 60%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는 50% 수준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관세가 25% 수준이던 지난 7월까지 중국산 저가 공세로 1~3분기 실적은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50% 관세가 적용된 8월 이후 공급과잉이었던 중국산 태양광 패널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실적이 회복세"라며 "중국의 우회수출을 저지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관세도 확대 적용될 전망이기 때문에 미국 내 태양광 제조사들이 한국산으로 눈을 돌리면서 내년에는 더 좋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30일 실적발표를 통해 올 4분기부터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흑자전환 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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