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습지'로 등재돼 있는 한강 하구 경기 고양 장항습지가 폐플라스틱으로 뒤덮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위기종인 습지 생물들이 스티로폼 부스러기 속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충격적인 모습들도 포착됐다.
그린피스는 지난 8월 장항습지 일대를 드론으로 조사한 결과, 총 4006개의 쓰레기가 발견됐다고 7일 밝혔다. 그린피스 '2024 한강하구 플라스틱 조사'에 따르면 4000여개 쓰레기 중 98.5%는 플라스틱으로 스티로폼 포장재가 3237개, 플라스틱병이 605개였다.
장항습지는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인 기수역으로 하굿둑이 설치되지 않은 자연 하구다.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 개리, 저어새, 큰기러기, 흰꼬리수리 등이 서식하기 때문에 보호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으며, 2021년에는 람사르 습지에 등재됐다.
쓰레기 대부분은 습지 중앙부나 수로가 집중된 지역에서 발견됐다. 습지에서 확인된 스티로폼 포장재는 대부분 신선식품 배달용 포장재나 수산물 상자를 포함한 생활 쓰레기로 추정됐다. 플라스틱 병은 대부분 생수나 음료 페트병으로 확인됐다. 쓰레기 종류는 인공지능(AI)로 판별했다.
그린피스는 "강물의 흐름이 약해지면서 강물이 운반하던 쓰레기가 퇴적된 뒤, 하류로 이동하지 못하면서 갇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버려져 갯골에 축적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풍화되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조류 및 습지 동물들이 먹이로 오인해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조사 과정에서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둘러싸인 웅덩이에 왜가리가 서 있거나, 쓰레기 파편 사이를 헤엄치는 오리, 스티로폼 쓰레기 사이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말똥게의 모습 등을 포착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생산 감축 목표를 담은 국제협약이 절실하다"면서 "이달말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목표 설정과 오염을 유발하는 석유화학기업, 대형소비재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에 대한 적절한 책임 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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