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건조기에서 세탁물을 꺼내더니 능숙하게 빨래를 개고, 설거지할 그릇을 설거지통에 가져다놓는 등 사람 못지않게 가사일을 척척 해냈다. 이 로봇은 특정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통해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한다는 점이 기존의 다른 로봇들과 다르다.
이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회사가 바로 미국의 AI스타트업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다. 구글에서 로봇공학을 담당했던 해롤 하우스만이 올초 창업한 이 회사는 최근 굴지의 투자자들로부터 무려 56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미국 언론에서 대서특필이 될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회사가 유치한 투자금은 올해 미국에 설립된 스타트업들의 투자금을 모두 합친 것보다 5배나 많기 때문이다.
투자금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주목을 끌었다. 챗GPT 제작사 오픈AI를 비롯해, 벤처캐피털 쓰라이브캐피털 등이 이 회사에 투자했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도 주요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피지컬 인텔리전스가 창업 8개월만에 미국 창업투자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가 가진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기술력 때문이다. 피지컬 인텔리전스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파이제로'를 개발한 곳이다. 최근 이 회사는 '파이제로'가 적용된 로봇 영상을 공개했고, 이 영상 하나로 56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영상은 등장하는 로봇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서 스스로 그것을 개고, 테이블 위에 있는 그릇을 설겆이통에 가져다놓고 테이블을 행주로 닦는다. 그리고 쓰레기를 치우고, 골판지 상자도 만들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장 가사도우미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로봇의 행동은 부자연스럽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로봇이 테이블 위에 빨래를 접는 것처럼 정해진 동작은 가능하지만, 건조기 속에 뒤엉켜있는 세탁물을 꺼내 한 장씩 분리하고 이를 하나씩 개는 일련의 동작은 기존 로봇과 큰 차이가 있다. 기존 로봇제작은 로봇의 특정행동을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했지만, 피지컬 인텔리전스는 모든 로봇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피지컬 인텔리전스의 해롤 하우스만 CEO는 "우리가 만드는 것은 특정 로봇의 두뇌가 아닌 모든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 두뇌'"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피지컬 인텔리전스가 '파이제로'를 기반으로 이 로봇을 완성하는데 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투자업계는 더 놀라고 있다. 피지컬 인텔리전스는 "이번에 선보인 로봇은 아직 개발 초기단계일뿐 우리가 갈 길은 아직 멀다"라며 "내년에는 모든 방향에서 더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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