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펠]"환경을 파괴하는 농사는 미래가 없다"…베트남 커피의 변신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11-25 0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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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

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일상생활 속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혁신리더를 선발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편집자주]

▲베트남 유기농 커피브랜드 '리얼빈 커피'의 로안 대표 ⓒnewstree

"이상기후로 커피나무가 죽어버리거나 품질이 떨어지면 모조리 뽑고 다른 작물을 심어요. 수확해봤자 돈이 안되니까요. 갈수록 이상기후는 심각해져가는데 언제까지 주먹구구식으로 농사를 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죠."

기후변화로 전세계적으로 커피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커피 재배에 적합한 면적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수십종은 멸종위기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 커피 생산량 2위인 베트남도 기후변화로 인해 커피 농사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 유기농 커피 브랜드 '리얼빈 커피'(Real Bean coffee)는 새로운 유기농 농업으로 커피의 질은 물론 생태계까지 보호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커피'를 추구하면서 전세계 이목을 끌고 있다. 이 회사의 로안 대표(CEO)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커피를 생산하면 커피 1㎏당 약 29㎏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면서 "우리는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름다운가게가 아시아 뷰티풀펠로우 2기로 선정해 지원한 '리얼빈커피'. 지속가능한 커피를 생산하기 위한 로안 대표의 고군분투를 뉴스트리가 직접 들어봤다.

▲가뭄으로 황폐해진 커피 농장(사진=리얼빈커피)

◇ "커피 농가의 삶을 바꾸고 싶었다"

커피 농가에서 나고 자란 로안 대표는 어린시절부터 커피 농가의 어려움을 직접 목격하면서 기존의 농업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때아닌 비와 가뭄, 서리 등 비정상적인 기후는 커피 생산에 치명적이다"면서 "커피 수확량은 커피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커피 가격은 농가 소득과 직결돼 있다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가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로안 대표는 지속가능한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커피는 베트남의 주력 수출품으로 매년 약 185만톤의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원두 형태로 수출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변동성이 너무 커서 수익성이 좋지 않다. 이에 따라 커피 수확량이 늘어나 잘 팔려도 그 수익은 농가와 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그러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최근에는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농가의 삶은 더욱 척박해지고 있다. 베트남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에 매우 취약한 나라다. 올해도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면서 작물 수확량이 크게 감소했다. 잇따른 태풍으로 200명 넘게 사망하기도 했다. 커피는 기온과 습도에 민감해 날씨가 조금만 이상해도 커피 농사는 망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로안 대표는 2019년 '리얼빈커피'를 창업했다. 고향에 있는 커피 농가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리얼빈커피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유기농법 방식으로 재배한 커피를 로스팅해서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커피 농가들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유기농 커피를 생산하는 교육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로안 대표는 "인구의 70%가 농업에 의존하는 베트남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가고 싶다"면서 "이를 위해 건강한 커피 농사짓기를 연구하고 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농가에 유기농법을 교육하는 리얼빈커피 관계자들 (사진=리얼빈 커피)


◇ 생태계 유지하는 친환경 커피 농법 개발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90~95%는 '로부스타'로, 다른 품종에 비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저가 품종이다. 원두가격이 싸다보니 대부분의 커피 농가들은 대량 생산을 위해 넓은 면적을 농지로 사용한다. 문제는 농지를 넓히는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엄청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농법은 커피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그늘이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커피를 경작하는 '선 그로운' 방식을 이용한다. 그늘이 없도록 하려면 열대우림을 다 베어내야 한다. 건기에는 강렬한 햇빛으로 땅이 말라버리기 때문에 대량의 농업용수를 넓은 면적에 뿌려줘야 한다. 우기에는 땅을 지탱하는 풀과 나무가 없으니 홍수나 산사태 위험이 커진다. 열대우림을 밀어내버리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확한 커피를 운반해야 하니 대량의 탄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로안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레이어'(3-Layer)라는 유기농법을 개발했다. 3-레이어 농법은 커피를 재배할 때 기존에 있던 야생나무나 농민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작물도 함께 경작하는 방식이다. 주로 커피나무보다 키가 큰 아보카도, 두리안과 고구마같은 구황 작물을 심는다.

3-레이어 농법은 '선 그로운' 방식처럼 커피나무가 햇빛을 직접 쐬진 못하지만 열대우림보다 그늘이 느슨해 일조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또 땅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 농업용수 사용량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커피 외에 다른 열매가 썩으면서 천연비료 역할을 하므로 화학비료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리얼빈커피는 이에 더해 커피 수확 후 발생하는 껍질, 잎, 줄기 등의 부산물을 유기농 비료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안했다.

로안 대표는 "친환경 농법으로 커피 농사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고, 생태계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화학비료 사용이 줄어들면서 토양 산성화도 줄일 수 있어서 앞으로 생산량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리얼빈커피는 베트남의 주요 커피 생산지인 센트럴 하이랜드의 럼동과 닥락 지역에서 약 100개 농가와 계약해 300헥타르(ha) 규모의 농지에서 연간 900톤의 유기농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리얼빈 커피'의 로안 대표(사진=리얼빈 커피)

◇ "유기농법의 사업성 증명해내겠다"

리얼빈은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원두를 20%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하고 있다. 농가 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리얼빈은 원두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가공해서 판매하고 있다.

'로부스타' 커피는 '아라비카'와 같은 고급(스페셜티) 커피보다 저렴하지만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수확한 '파인 로부스타' 원두는 30~40%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화석연료 에너지 대신 오로지 햇빛과 바람으로만 건조했고, 스페셜티와 동일한 가공처리를 추가했다. 뿐만 아니라 커피를 가공하는 모든 공정에 탄소발생 저감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제품 포장도 친환경 재생종이를 사용한다. 

친환경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 덕분에 리얼빈의 '파인 로부스타'는 고정 고객층을 점차 확대해나가며 올 1~3분기 약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로안 대표는 "처음에는 농가들이 유기농법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속가능한 농법의 필요성을 공감해주는 곳이 많다"면서 "리얼빈은 유기농법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사업성을 증명해나갈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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