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54)이 스웨덴에서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강은 10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diploma)를 받았다.
한강은 부문별 시상 순서에 따라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번째로 호명됐다. 문학상 수상자를 호명한 엘렌 맛손은 영어로 "친애하는(dear) 한강"이라고 부르며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란다"고 청했다. 엘렌 맛손은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다.
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가운데로 향하자 장내 참석자 1500명이 모두 기립했고, 그가 메달과 증서를 받아 들고 환한 미소를 띠며 국왕과 악수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한강이 받은 메달은 앞면에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얼굴이, 뒷면에는 한강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메달은 상자에 담긴 채 전달됐다.
문학상 수상자의 증서는 다른 수상자들의 것과 달리 양피지로 제작된다. 올해 문학상 증서에는 '스웨덴 한림원'(SVENSKA AKADEMIEN)과 알프레드 노벨의 이름 아래 한강의 영문이름이 금색으로 새겨져 있다. 상금은 1100만크로나(약 14억3000여만원)다.
이후 한강은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열린 시상식 연회에서 약 4분동안 영어로 수상 소감을 말했다. 이때 행사 진행자가 한강을 호명하며 한국어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강은 이 자리에서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며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고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강은 역대 121번째이자 여성으로는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는 것은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이며, 노벨문학상은 처음이다. 노벨상을 상징하는 '블루 카펫'을 밟은 한국인도 한강이 처음이다. 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려 김 전 대통령은 오슬로에서 상을 받았다.
노벨상 시상식은 스웨덴의 주요 연례행사로 꼽히는만큼 격식을 갖춰 진행됐다. 남성은 연미복, 여성은 이브닝드레스를 입어야 하며 전통의상도 허용된다. 이날 한강은 시상식의 유일한 여성 수상자로, 검은색 드레스에 검은색 파우치를 들고 참석했다. 평소 꾸밈없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온 그는 앞서 기자회견, 강연 등 '노벨 주간' 모든 행사에서도 정갈한 검은색 옷을 입었다.
한강과 함께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물리학상 존 홉필드(91)와 제프리 힌턴(76), 생리의학상 빅터 앰브로스(70)와 게리 러브컨(72), 화학상 존 점퍼(39)와 데미스 허사비스(48), 데이비드 베이커(62)다.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시상에 앞선 5분 연설에서 한강의 작품들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국왕의 입장으로 시작됐다. 이어 오케스트라 연주로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한강이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입장해 시상식장 무대 중앙 왼편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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