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화석연료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명칭에 '녹색'이나 '친환경'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한달만에 풀었다.
16일(현지시간)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화석연료기업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이나 여타 녹색사업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녹색' '친환경' '임팩트' '지속가능성' 등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도입되는 '그린채권표준'(GBS)에 부합하는 펀드들은 이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1일 ESMA는 석탄·석유 채굴기업이나 매출액의 절반이 가스사업에서 나오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녹색사업에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조성된 경우라도 '녹색' '친환경' '임팩트' '지속가능성' 등의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고 했다. 증권시장의 '그린워싱'을 근절하겠다는 목적이었다.
ESMA의 이같은 조치에 유럽의 자산운용사와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화석연료 기업뿐 아니라 유틸리티 및 전력회사들도 탈탄소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EU의 저탄소 전환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런던 증권거래소(LSEG)에 따르면 에너지 및 전력기업들이 올들어 10월까지 발행한 녹색채권은 700억달러(약 100조4773억원) 이상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녹색채권 시장의 약 20% 비중이다. 이에 따라 유럽 펀드 및 자산운용협회(EFAMA)는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같은 반발에 ESMA는 한발 물러섰다. 오는 21일 도입 예정인 GBS에 부합하는 펀드는 명칭 규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탄소집약적 기업의 채권을 발행해서 조성한 펀드라고 해도 EU의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부합하는 친환경 사업의 자금조달 목적이라면 '녹색'이나 '친환경' 등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다만 외부기관 검토와 정기적인 자금 사용내역 공개 등 투명성을 확보한 경우에 해당된다.
BNP파리바의 지속가능한 자본시장 책임자 아녜스 구흐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채권발행이 활발한 내년 1분기를 앞두고 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지 않았으면 채권발행이 미뤄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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