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년동안 전세계 화석연료 기업들로 인한 폭염 피해가 28조달러(약 4경185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크리스토퍼 캘러핸 박사와 다트머스대 저스틴 맨킨 부교수는 전세계 111개의 화석연료 기업들이 1991~2020년까지 30년동안 배출한 온실가스 영향으로 발생한 폭염이 28조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일으켰다고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특히 111개 화석연료 기업 가운데 사우디아람코, 쉐브론, 엑손모빌, BP, 쉘, 러시아 가즈프롬, 이란 국영석유회사, 멕시코 페멕스, 콜 인디아, 영국석탄공사 등 상위 10개 기업들의 배출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정보업체 '카본 메이저스'에서 관련 데이터를 제공받아 약 1000개에 달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기온을 얼마만큼 높였는지를 분석했다. 여기에 80개 시뮬레이션을 추가로 진행해 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매년 가장 더운 5일 기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고, 이를 글로벌 경제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것이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사우디아람코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람코가 끼친 경제적 피해는 2조500억달러에 달했고, 그 다음으로 러시아 가즈프롬(2조달러), 쉐브론(1조9800억달러), 엑손모빌(1조9100억달러), BP(1조4500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캘러핸 박사는 "어마어마한 비용이지만 이마저도 배출량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빈곤한 열대지역에서의 영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보고서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액만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허리케인, 가뭄, 홍수 등 다른 극단적 기후현상까지 포함한다면 피해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맨킨 부교수는 "과거에는 이산화탄소가 어떤 피해를 유발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이번 연구는 과학적으로 그 모호함이 사라졌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낸다"며 "이제 우리는 주요 배출 기업이 일으킨 피해를 추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학계로부터 '타당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 주목할만 하다. 기존 연구는 온실가스 농도에 의존해 피해 규모를 추정해야 하기 때문에 배출 총량에서 시작하면 누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나누기 어려워 책임을 묻기 까다로웠다. 그런데 이번 연구 방식은 누구의 배출량이 어떤 피해를 야기했는지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종단 간 귀속' 분석을 적용해 향후 기후 소송 등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68건의 기후소송이 제기됐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국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탄소를 배출한 대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기후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는 없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책임 추궁에 있어 과학적 기반을 보다 견고하게 마련했다는 점에서 전세계에서 진행되는 기후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좀더 유리한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23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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