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사라진 美 시카고...학생들 성적도 떨어졌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12-19 13:57:21
  • -
  • +
  • 인쇄
▲비단벌레가 물푸레나무 가로수들을 고사시키기전 시카고의 주택가 (사진=노스리버위원회)

도시의 나무들이 사라지면 저소득층 학생들의 성적도 떨어진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알베르토 가르시아 경제학 교수와 미셸 리 생태학 교수가 이끈 유타대학 연구팀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지역 학생 성취도를 분석했더니, 외래종 벌레가 물푸레나무를 쓸어버린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저소득 학생들의 성적과 출석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녹림이 거주자에게 수많은 환경적, 심리적 이점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있지만, 이번 연구는 빈곤한 지역사회일수록 생태계 파괴의 영향이 불균형적으로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북미에서는 서울호리비단벌레가 중서부 지역의 물푸레나무를 죽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이자 2급 멸종위기종인 비단벌레지만 미국에서는 물푸레나무를 죽이는 외래종 해충이다.

특히 시카고 지역이 비단벌레 피해를 크게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푸레나무는 시카고에서 가장 흔한 나무다. 전체 가로수의 18%를 차지하는 물푸레나무는 도시 전체에 약 8만5000그루가 자란다. 그러나 모튼수목원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시카고의 물푸레나무 절반은 사라졌고, 나머지 절반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연구팀은 비단벌레가 나무 수백만 그루를 고사시킨 이후인 2003년~2012년 사이 시카고 도심권 학교의 3~8학년 학생들의 출석률과 시험성취도 등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위성이미지와 표준화된 시험데이터, 비단벌레 조사결과 등을 결합한 새로운 데이터 세트를 구축했다.

그 결과 물푸레나무가 사라진 지역에서 표준화된 시험기준을 충족한 학생수가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에 비해 1.22% 감소했다. 연구팀은 "겉보기에는 적은 숫자지만 전체 학생 인구로 확대해 보면 상당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가르시아 교수는 "저소득층 비중이 높은 학교는 애초에 나무 비중이 적어서 외래종 피해를 경험할 가능성이 낮았으며,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부유한 학교의 저소득층 학생들이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보였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나무가 사라지면서 도시 열섬 현상이 심화되고, 대기오염이 증가했다"면서 "녹지가 제공하는 심리적·생리적 이점이 감소한 등 성적 하락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저소득 학생들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고소득 학생들처럼 극심한 기온이나 오염으로 인한 두통에서 회복할 수 있는 자원이 없고, 야외나 학교 근처에 더 오래 머물러 열화된 환경조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고소득 학생들은 더 먼 지역에서 통학하거나 악영향을 완화할 환경과 자원을 갖추고 있다.

가르시아 교수는 이번 연구가 "환경 변화가 교육과 같은 삶의 중요한 측면에 있어 불평등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구 환경 변화'(Global Environmental Change) 학술지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대한항공, 페트병 업사이클링한 방수가방덮개 기부

대한항공이 지난 17일 서울 강서소방서에서 버려지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제작한 '업사이클링 안전 가방덮개' 500개를 기부했다고 18일 밝혔다.이번에 기

현대그린푸드 '식품부산물 자원화'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해 이마트, 삼성웰스토리, 삼성전자 등 10개 기업·기관들과 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공개…상위 10% 포함된 韓기업은?

SK텔레콤과 하나금융 등 20여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상위 10%에 포함됐다.S&P 글로벌이 16일(현지시간) 공개한 'DJSI 월드지수'에

네이버, 지역소멸·기후위기 대응 위해 IT기술 도입 협력

네이버가 한국농어촌공사와 손잡고 농어촌지역 기후위기 및 지역소멸 대응을 위해 다양한 IT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네이버와 한국농어촌공사는 경기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선언...그후 5년

지난 2019년 8월 미국 재계 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서 중요한 선언이 나왔다. 이 모임에 참여한 181명의 CEO는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성

대한상의·LG유플스, 폐배터리 수거사업 '맞손'

LG유플러스와 대한상의 ERT(신기업가정신협의회)가 폐배터리 수거를 통한 자원재순환을 위해 전국 ERT 회원 기업·소상공인들과 협력한다.16일 오전

기후/환경

+

네팔 전례없는 폭우피해..."산림벌채가 홍수 가중"

네팔의 급속한 도시화와 산림벌채가 2024년 홍수·산사태 피해를 가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9월말 네팔은 전례없는 폭우에 휩쓸렸다. 9월 27일

올해 세계 석탄사용량 87.7억톤…"사상 최고치 또 경신"

올해 전세계 석탄사용량이 87억7000만톤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전망이다.18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

생물다양성 파괴로 매년 경제손실 25조弗..."보조금 중단해야"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5조달러(약 3경624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가 지난 17일

나무가 사라진 美 시카고...학생들 성적도 떨어졌다

도시의 나무들이 사라지면 저소득층 학생들의 성적도 떨어진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17일(현지시간) 알베르토 가르시아 경제학 교수와 미셸

35년간 10cm 상승 한반도 해수면...2100년 여의도 119배 사라져

우리나라 연안 해수면이 지난 35년동안 10㎝ 이상 높아졌다.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21개 연안 조위관측소 해수면 높이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난

겨울철 과일값도 '고공행진'…올여름 폭염·이상고온이 원인

올여름 폭염 등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면서 겨울과일 가격이 지난해보다 10% 넘게 올랐다.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감귤(노지) 평균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