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나무들이 사라지면 저소득층 학생들의 성적도 떨어진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알베르토 가르시아 경제학 교수와 미셸 리 생태학 교수가 이끈 유타대학 연구팀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지역 학생 성취도를 분석했더니, 외래종 벌레가 물푸레나무를 쓸어버린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저소득 학생들의 성적과 출석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녹림이 거주자에게 수많은 환경적, 심리적 이점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있지만, 이번 연구는 빈곤한 지역사회일수록 생태계 파괴의 영향이 불균형적으로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북미에서는 서울호리비단벌레가 중서부 지역의 물푸레나무를 죽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이자 2급 멸종위기종인 비단벌레지만 미국에서는 물푸레나무를 죽이는 외래종 해충이다.
특히 시카고 지역이 비단벌레 피해를 크게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푸레나무는 시카고에서 가장 흔한 나무다. 전체 가로수의 18%를 차지하는 물푸레나무는 도시 전체에 약 8만5000그루가 자란다. 그러나 모튼수목원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시카고의 물푸레나무 절반은 사라졌고, 나머지 절반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연구팀은 비단벌레가 나무 수백만 그루를 고사시킨 이후인 2003년~2012년 사이 시카고 도심권 학교의 3~8학년 학생들의 출석률과 시험성취도 등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위성이미지와 표준화된 시험데이터, 비단벌레 조사결과 등을 결합한 새로운 데이터 세트를 구축했다.
그 결과 물푸레나무가 사라진 지역에서 표준화된 시험기준을 충족한 학생수가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에 비해 1.22% 감소했다. 연구팀은 "겉보기에는 적은 숫자지만 전체 학생 인구로 확대해 보면 상당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가르시아 교수는 "저소득층 비중이 높은 학교는 애초에 나무 비중이 적어서 외래종 피해를 경험할 가능성이 낮았으며,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부유한 학교의 저소득층 학생들이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보였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나무가 사라지면서 도시 열섬 현상이 심화되고, 대기오염이 증가했다"면서 "녹지가 제공하는 심리적·생리적 이점이 감소한 등 성적 하락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저소득 학생들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고소득 학생들처럼 극심한 기온이나 오염으로 인한 두통에서 회복할 수 있는 자원이 없고, 야외나 학교 근처에 더 오래 머물러 열화된 환경조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고소득 학생들은 더 먼 지역에서 통학하거나 악영향을 완화할 환경과 자원을 갖추고 있다.
가르시아 교수는 이번 연구가 "환경 변화가 교육과 같은 삶의 중요한 측면에 있어 불평등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구 환경 변화'(Global Environmental Change) 학술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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