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허리케인에 녹화병이 번지면서 미국 플로리다주 오렌지 생산량이 위태로워졌다.
최근 미 농무부(USDA)는 올해말까지 플로리다주 오렌지 생산량이 1200만 상자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보고서를 냈다. 이는 약 100년만의 최저치로, 작년보다 33% 낮고 2004년 수확량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2004년 생산량은 2억4200만 상자에 달했다.
반면 세계 최대의 오렌지 재배국이자 수출국인 브라질에서는 올해 3억7800만 상자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자 무게는 개당 41kg이고 평균 300개의 오렌지가 들어있다.
USDA에 따르면 녹화병으로 플로리다산 오렌지 생산량은 20년동안 75% 감소했다. 녹화병은 곤충에 의해 전파되는 질병으로, 잎이 얼룩덜룩해지고 과일이 변형돼 맛이 쓰게 변질된다. 플로리다주에는 발생한지 2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남아있던 오렌지 생산지도 갈수록 강해지는 허리케인에 파괴되고 있다. 수확철을 앞두고 오렌지 과수원의 70%가 허리케인 밀턴에 피해를 입은 것이다.
플로리다에서 5대째 오렌지 농사를 짓고 있는 웨인 시몬스는 "2017년 허리케인 이르마 이후 상황이 악화됐다"며 고통스러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시몬스는 라벨후르츠 회사와 약 250에이커(100헥타르)의 과수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남서부 5개 카운티에 있는 농부들로 구성된 걸프오렌지재배자협회의 회장이었다.
이 단체는 40주년을 1년 앞둔 지난 5월 회원 수가 20명 이하로 줄어들면서 해체됐다. 증가하는 생산비용과 줄어드는 수익에 지친 농민들이 개발을 위해 땅을 팔고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플로리다 서던 칼리지의 오렌지류 과학교수인 맬컴 매너스는 플로리다에서 부족해진 생산분을 메워온 다른 오렌지 생산국에서도 녹화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배자 협회인 '펀데시트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을 포함한 오렌지 지대의 38%가 녹화 증상을 보였다. 이 때문에 녹화병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필요성이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고 매너스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유전자편집(CRISPR) 기술로 녹화병 관련 유전자를 수정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 결과물이 시장에 나오고 실제로 자라기까지는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그 사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오렌지 농사를 접고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상거래협회인 '플로리다 시트러스 뮤추얼'의 최고경영자 맷 조이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나은 시기가 올 것이라고 믿으며 산업을 다시 키우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플로리다는 오렌지와 동의어"라며 "플로리다의 오렌지 재배자들은 큰 자부심을 느낀다. 5대, 6대, 7대 재배자들이 하고싶어 하는 것은 오렌지 재배뿐"이라고 강조했다.
시몬스 또한 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고집이 센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일은 하고 싶지 않다"며 "복숭아, 블루베리, 올리브 등 다른 수많은 작물도 시도했지만 플로리다에서 오렌지나무만큼 자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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