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부 지역에서 곤충과 바닷새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올해 기후위기로 기상패턴이 불안정해진 탓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영국 비영리단체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회색물범 서식지가 발견되고 올빼미 등 맹금류 개체수는 증가하는 등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특히 멸종위기종인 '극제비갈매기'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판 아일랜즈에서 극제비갈매기 개체수는 51% 줄었고, 샌드위치제비갈매기는 66%, 일반 제비갈매기 개체수는 무려 70% 감소했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된 원인은 조류독감으로 의심되고 있다.
올여름 영국 날씨가 대체로 시원하고 습해지면서 곤충의 개체수는 정상 수준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서머싯주 배링턴 코트의 정원에서는 8월말~9월초 나비가 자취를 감췄다. 도싯주 서부에서도 아도니스블루나비 등 나비 개체가 92마리만 관측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52마리가 기록됐던 곳인데 거의 궤멸 수준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아일랜드 자이언트코즈웨이의 나비 개체수는 절반으로 줄었고, 케임브리지셔주 위켄 펜 국립자연보호구역에서도 15년만에 개체수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관측됐다.
줄어든 것은 곤충뿐만이 아니었다. 폼비에서는 지난해 60마리가 관찰된 내터잭두꺼비가 사라졌고, 에너데일 계곡 등에서는 박쥐 개체수가 감소했다. 이들의 먹잇감인 곤충이 줄어든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영국 동해안의 물떼새들은 날씨 때문에 제대로 번식을 못했다. 이는 웨일즈 북부의 이스비티 아이판 마을에 서식하는 마도요 개체군에도 영향을 미쳐, 이 지역에서 부화한 새끼 9마리가 모두 추위와 굶주림으로 폐사했다.
9월말에는 노섬벌랜드의 월링턴을 관통하는 완스베크강 유역에서 약 70마리의 흰집게발가재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죽었다. 영국 유일의 토착종 민물가재는 침입종인 신호가재에 밀려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동부의 양버즘나무는 2022년 가뭄에 이어 그을음병에 시달리고 있다.
내셔널트러스트의 자연보호·복원 생태학 책임자인 벤 맥카시는 2022년 여름부터 2023년까지 날씨가 건조했다가 2024년 폭풍으로 급격히 습하고 온화해지면서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야생동물에게 스트레스를 더하고 바다새들은 최근 기후변화와 조류독감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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