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동부의 휴양지로 알려진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의 해안에 돌고래, 고래, 바다사자, 거북 등 해양동물들이 좌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은 돌고래나 고래 등 해양동물들이 부상을 입거나 해안에 갇히는 등의 좌초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좌초된 해양동물들은 전문가의 도움없이는 바다로 되돌아갈 수 없어 그대로 폐사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안에 좌초된 해양동물을 구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돌고래는 무게가 68~204kg에 달해 구조작업이 복잡하다. 담요, 눈가리개, 운반용 특수 패딩보드, 훈련된 직원과 자원봉사자 팀이 필요하며, 다시 풀어줄 만큼 건강한지 검사도 해야 한다. 건강이 나쁠 경우 돌고래는 복지 차원에서 안락사된다.
올 6월 케이프코드 해안에서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140마리 이상의 돌고래가 좌초됐다. 이 가운데 7마리는 안락사되고 37마리는 폐사됐다. 좌초된 돌고래의 30%에 달하는 44마리가 죽은 것이다.
브라이언 샤프 IFAW 수석 생물학자는 해안에 좌초되는 동물들에 대해 "이들의 스트레스는 우리가 자동차 사고를 겪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좌초된 해양동물이 코요테 등 다른 육식동물에게 노출될 수 있어 구조작업은 시간싸움"이라고 말했다.
해양동물이 좌초되는 가장 큰 원인은 '조류변화'다. 전문가들은 조수 수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좌초된 동물의 유입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케이프코드에서 썰물과 밀물의 차이는 3~4m에 달하는데, 밀물 때 해안에 들어온 동물이 썰물 때 나가지 못하고 갇히는 것이다.
돌고래뿐만이 아니다. 거북은 빠르게 식어가는 바닷물에 노출되면 '저온기절(cold-stunned)' 상태가 되어 쇠약해지고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케이프코드에서 이같은 문제에 직면한 거북 대부분은 켐프각시바다거북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다거북이자 멸종위기종이다.
린다 로리 뉴잉글랜드아쿠아리움 구조·재활 관리자는 거북이 해변에 좌초되는 일은 드문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최근 평소보다 더 많은 수가 해안에 밀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프의 메인만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수역이다. 호주 뉴잉글랜드대학에 따르면 이 해역의 바닷물 온도는 전세계 바다의 99%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거북이와 같은 동물들이 더 북쪽으로 이동해 케이프코드와 같은 곳에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유입된 거북은 그만큼 낮은 기온에 취약해져서 밀물에 연안으로 밀려왔다가 수온이 떨어져 죽을 위험을 맞고 있다.
분명한 해결책은 거북이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갈고리 형태의 케이프코드 지형이 거북을 가두고 방향감각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에 갇혀버린 거북은 계속해서 육지에 부딪힌다. 로리는 "찬물이 들어올 때쯤이면 거북이들은 갈 곳이 정말 없다"면서 "이들이 나갈 길을 찾는다 해도 대서양에서 들어오는 더 차가운 물을 마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좌초되는 동물이 늘어나면서 구조 및 치료작업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연말에 치료시설에 입원하는 거북은 통상 170마리 정도인데 최근에는 그 숫자가 500마리가 넘었다. 로리는 "이 거북이들은 대부분 아프고 움직이지도 않으며 거의 혼수상태인데다 폐렴이나 외상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동물들의 좌초 현상은) 사실상 대규모 재난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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