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케이프코드 해양동물 고사 직전...원인은 '조류변화' 때문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12-31 16:32:54
  • -
  • +
  • 인쇄

미국 북동부의 휴양지로 알려진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의 해안에 돌고래, 고래, 바다사자, 거북 등 해양동물들이 좌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은 돌고래나 고래 등 해양동물들이 부상을 입거나 해안에 갇히는 등의 좌초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좌초된 해양동물들은 전문가의 도움없이는 바다로 되돌아갈 수 없어 그대로 폐사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안에 좌초된 해양동물을 구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돌고래는 무게가 68~204kg에 달해 구조작업이 복잡하다. 담요, 눈가리개, 운반용 특수 패딩보드, 훈련된 직원과 자원봉사자 팀이 필요하며, 다시 풀어줄 만큼 건강한지 검사도 해야 한다. 건강이 나쁠 경우 돌고래는 복지 차원에서 안락사된다.

올 6월 케이프코드 해안에서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140마리 이상의 돌고래가 좌초됐다. 이 가운데 7마리는 안락사되고 37마리는 폐사됐다. 좌초된 돌고래의 30%에 달하는 44마리가 죽은 것이다.

브라이언 샤프 IFAW 수석 생물학자는 해안에 좌초되는 동물들에 대해 "이들의 스트레스는 우리가 자동차 사고를 겪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좌초된 해양동물이 코요테 등 다른 육식동물에게 노출될 수 있어 구조작업은 시간싸움"이라고 말했다.

해양동물이 좌초되는 가장 큰 원인은 '조류변화'다. 전문가들은 조수 수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좌초된 동물의 유입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케이프코드에서 썰물과 밀물의 차이는 3~4m에 달하는데, 밀물 때 해안에 들어온 동물이 썰물 때 나가지 못하고 갇히는 것이다.

돌고래뿐만이 아니다. 거북은 빠르게 식어가는 바닷물에 노출되면 '저온기절(cold-stunned)' 상태가 되어 쇠약해지고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케이프코드에서 이같은 문제에 직면한 거북 대부분은 켐프각시바다거북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바다거북이자 멸종위기종이다.

린다 로리 뉴잉글랜드아쿠아리움 구조·재활 관리자는 거북이 해변에 좌초되는 일은 드문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최근 평소보다 더 많은 수가 해안에 밀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프의 메인만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수역이다. 호주 뉴잉글랜드대학에 따르면 이 해역의 바닷물 온도는 전세계 바다의 99%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거북이와 같은 동물들이 더 북쪽으로 이동해 케이프코드와 같은 곳에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유입된 거북은 그만큼 낮은 기온에 취약해져서 밀물에 연안으로 밀려왔다가 수온이 떨어져 죽을 위험을 맞고 있다.

분명한 해결책은 거북이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갈고리 형태의 케이프코드 지형이 거북을 가두고 방향감각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에 갇혀버린 거북은 계속해서 육지에 부딪힌다. 로리는 "찬물이 들어올 때쯤이면 거북이들은 갈 곳이 정말 없다"면서 "이들이 나갈 길을 찾는다 해도 대서양에서 들어오는 더 차가운 물을 마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좌초되는 동물이 늘어나면서 구조 및 치료작업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연말에 치료시설에 입원하는 거북은 통상 170마리 정도인데 최근에는 그 숫자가 500마리가 넘었다. 로리는 "이 거북이들은 대부분 아프고 움직이지도 않으며 거의 혼수상태인데다 폐렴이나 외상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동물들의 좌초 현상은) 사실상 대규모 재난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수자원공사, 재난구호용 식수페트병 '100% 재생원료'로 전환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재난구호용으로 지급하는 식수페트병을 100% 재생원료로 만든 소재를 사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이 생

친환경 사면 포인트 적립...현대이지웰 '그린카드' 온라인으로 확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토탈복지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이 녹색소비생활을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구매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그린카드 적립서비스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쿠팡 '비닐봉투' 사라지나?...지퍼 달린 다회용 '배송백' 도입

쿠팡이 신선식품 다회용 배송용기인 프레시백에 이어, 일반 제품 배송에서도 다회용 '에코백'을 도입한다.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인천, 부산, 제

삼성, 수해 복구에 30억 '쾌척'…기업들 구호손길 잇달아

삼성그룹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30억원을 21일 기부했다. 기부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

삼성전자-LG전자, 침수지역 가전제품 무상점검 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가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침수된 가전제품 세척과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8일부

기후/환경

+

국제사법재판소 "기후위기 대응 안하면 국제법 위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제법 위반일 수 있다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단이 나왔다.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은 나라가 선진

[날씨] 맹렬한 폭염 '지속'...한낮 36℃까지 치솟는다

목요일인 24일, 전국 낮 최고기온이 36℃까지 오르는 무더위가 이어지겠다. 강원·경상 일부 지역에 소나기가 내릴 예정이지만 이 소나기가 더위를

100년 넘은 시설인데 관리예산 '삭둑'...美 오하이오주 댐 '붕괴 위험'

트럼프 정부가 댐 관리인력과 예산을 줄이면서 100년이 넘은 미국 오하이오주 댐들이 붕괴 위험에 처했다. 앞으로 30년동안 1만8000개 주택이 홍수 피해

가자지구 폭격 잔해 처리에서만 온실가스 9만톤 배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남겨진 가자지구의 잔해를 처리하는데 9만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영국 옥스포드와 에든버러

이란, 50℃ 넘는 폭염에 가뭄까지…물 아끼려고 임시공휴일 지정

이란 당국이 50℃를 넘는 기록적인 폭염과 물 부족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물소비 제한령을 내렸다. 일부 지역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임시공휴일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최초 10MW 해상풍력 국제인증 획득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사가 개발한 10메가와트(MW) 해상풍력발전기가 국제인증기관 UL(Underwriters Laboratories)로부터 형식인증을 취득했다고 23일 밝혔다. 국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