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시 발생한 4개 산불이 시속 180km가 넘는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LA 서북쪽 4곳에서 발생한 산불은 8일(현지시간) 기준 여의도 면적의 10배가 넘는 48평방킬로미터(㎢)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지금도 불타고 있다. 이에 현지언론들은 1961년 500여채의 주택이 소실됐던 벨에어 화재를 넘어서는 역사상 최악의 화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현재도 이 불이 전혀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CNN, ABC 등 미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소화전의 물은 거의 바닥났고, 강풍으로 진화용 헬기도 뜨지 못하는 상황이다. LA 소방당국은 자신들의 진압 역량을 넘어선 화재라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불길은 계속해서 번지고 있다.
이 산불은 지난 7일(현지시간) 오전 10시경 LA 해안의 부유층 거주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시작됐다가, 이날 밤 캘리포니아주 이튼과 허스트에 이어 우들리에서도 산불이 발생하면서 LA와 그 주변지역에 모두 4건의 대형산불이 동시에 발생한 것이다.
원래 이 지역은 9월과 이듬해 5월 사이에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가 많이 발생한다. 이 돌풍은 주로 미국 남서부 사막지대의 고기압이 협곡 지대를 통과해 태평양 쪽으로 이동한다. '샌타애나' 돌풍의 위력은 시속 70~180㎞에 달해 '악마의 바람'이라고 불린다.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전날에도 밤새 '샌타애나' 돌풍이 몰아쳤는데 시속 80㎞에 달했다. 일부 지역에선 시속 100㎞가 넘었다.
애초 발생한 산불이 이 돌풍에 의해 만들어진 불씨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게 된 것은 강풍과 지난해 5월초 이후 현재까지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숲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샌타애나' 돌풍 자체도 건조하고 따뜻한 공기를 품고 있는데 날씨까지 건조해 불길을 더 키워버린 것이다.
게다가 계절성 돌풍인 '샌타애나'가 계속해서 몰아치고 있어서 불길을 좀처럼 잡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소방 인력 1400여명이 투입돼 진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진압률이 0%다. 이 때문에 화재 현장은 지금 재난영화를 방불케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2명이 사망했고 1000여채의 주택이 불탔으며, 150만가구에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또 대피령이 내려진 인구는 현재까지 15만5000명에 이른다.
이번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규모는 520억달러(약 75조9000억원)에서 570억달러(약 83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지만 아직도 불길을 전혀 잡지 못한 터라, 피해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샌타애나는 잦아들겠지만 오는 10일 시속 160㎞에 달하는 또다른 샌타애나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