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탈퇴하는데 이어 각종 환경규제를 철회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중국이 기후협력에 나서면서 반(反) 트럼프 전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영국 에너지·넷제로부의 에드 밀리밴드 장관은 14~17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국가에너지부 고위관료들과 탄소포집 등 녹색기술 공급망 구축, 석탄사용 감축,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필수 광물 확보방안 등을 놓고 회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밀리밴드 장관은 "기후위기에 맞선 세계적 대응에 있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중국이 기후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임과 동시에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주요 공급자로 향후 환경 정책의 핵심카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이 이같은 역할을 하게 될 중국과 손을 덥석 잡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환경 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기후변화 관련 정책과 규제들을 줄줄이 철회하는 한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과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영국은 이에 맞서 새로운 국제협력체계 구축에 나선 것이다.
밀리밴드 장관은 지난해 브라질과 인도를 방문해 기후협력 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같은해 11월에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여러 개도국 장관들과 연달아 회담을 가졌다.
밀리밴드 장관은 "중국과 긴밀한 친환경 인프라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청정 에너지원으로 전환을 달성할 것"이라며 "동시에 영국의 탄소감축 목표가 석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중국산 수출품에 다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유럽연합(EU)에서도 중국산 고탄소 제품에 대한 '탄소국경조정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영국을 파트너로 고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필두로 한 산유국들이 화석연료 확대정책을 도모하는 상황에서 영국이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주요 탄소배출국들과 친환경 연합전선을 구축해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아직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제품이 많은만큼 녹색경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향후 영국과 중국의 기후회담은 올연말 런던에서 열린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