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권에서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2100년에 이르러 금융권 누적손실이 46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18일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기후금융 컨퍼런스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보험사에 대한 하향식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기후위기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한은과 금감원, 기상청 그리고 14개 금융사가 협력해 공동으로 파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기후정책 변화에 따라 온도 상승 억제 목표를 1.5℃ 대응, 2.0℃ 대응, 지연대응, 무대응 등 4개의 시나리오로 분류했다. 1.5℃ 대응은 전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고, 2.0℃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현시점 대비 80%로 감축하는 것이다. 지연대응은 2030년부터 탄소정책을 도입하는 것, 무대응은 전세계가 별도 기후대응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것이다.
14개 금융기관을 상대로 각 시나리오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아무런 기후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폭염·폭우 피해 증가 등의 영향이 커지면서 예상 손실규모가 45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각 대응에 나서지 않는 지연대응에서는 급격한 탄소감축 정책 적용으로 '전환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40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됐다.
이에 비해 1.5℃, 2.0℃ 시나리오의 경우 초기 전환 리스크로 인해 손실은 발생하지만 예상손실 규모는 27조원 내외로 무대응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한은은 기후리스크 감축을 위해 은행은 신용손실에 대해, 보험사는 시장손실에 대해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목했다. 또 업종별로는 무대응시 식료품, 음식점, 건설, 부동산 등의 리스크가 커지며 기후대응 정책 시행 시에는 철강, 금속가공제품, 시멘트 등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질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최근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 이후 기후위기에 대한 전세계 공조가 약해지면서 지연대응 혹은 무대응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재윤 한은 기후리스크분석팀 과장은 "기후리스크는 은행·보험사의 건전성과 금융안정을 훼손시키는 핵심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융기관이 대응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테스트 의무화, 예상 외 손실에 대한 대비 강화, 녹색·적응 투자 활성화 등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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