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전국적으로 약간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있어, 의성과 산청 산불의 피해확산은 26일 밤이 고비가 될 수 있다. 이에 군까지 나서서 군헬기 242대와 인력 6000명을 동원해 경상권 산불 진화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주한미국 헬기 4대도 투입될 예정이다.
6일째 타고 있는 산청 산불과 5일째 타고 있는 의성 산불은 밤만 되면 불길이 더 거세지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탓에 좀처럼 진화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이리저리 불어대는 강풍 탓에 불길이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과 영양, 청송을 거쳐 동해안으로 진격하고 있다. 청송으로 번진 산불은 현재 주왕산면과 현동면 등지로 급속하게 옮겨붙으면서 마을을 모두 삼킬 기세다. 직선거리로 안동 풍천면 하회마을 앞 5㎞ 지점 야산까지 다다른 상황이다.
또 산청 산불은 하동을 거쳐 지리산으로 향하는 중이다. 26일 오후 지리산과 인접한 구곡산 능선을 넘어 지리산국립공원 경계 내부 200m까지 불길이 번졌다. 화선은 300m 수준으로 형성됐다. 지리산으로 불길이 번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경남도와 전북, 전남 등 지리산 인근의 지방자치단체들은 헬기를 동원해 지리산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진화작업을 하는 한편 국립공원 직원들을 총동원해 현장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문화유산 피해도 심각하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최근 발생한 산불로 국가유산에서 피해가 확인된 사례는 총 15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명승과 천연기념물, 국가민속문화유산이 각 3건이었고 보물 2건 등이다. 안동의 천년고찰 고운사가 전소된데 이어, 국가민속문화유산인 청송 송소 고택과 서벽고택 일부가 불에 탔고, 사남고택은 불길을 피하지 못해 전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측백나무 자생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천연기념물 '안동 구리 측백나무 숲'에서는 0.1헥타르(㏊) 소실됐다.
하동에서도 수령 900년이 된 경남도 기념물인 두양리 은행나무가 소실됐다. 이에 경남도 지난 25일 밤 불길에 문화유산자료인 '모한재' 지키기에 총력을 다했다. 모한재는 조선 중기 학자인 하홍도 선생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으로, 모한재 주요 기물을 안전지대로 옮기는 한편 불길과 문화유산 사이 450m 길이의 방어선을 3중으로 치고 화선을 따라 물을 살포했다. 밤샘 작업으로 지켜낸 문화유산이 다시 확산되는 불길에 훼손되지 않을까 담당 지자체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25일 낮동안 기껏 꺼놓은 불은 밤 사이에 강풍을 타고 다시 되살아나면서 인근 마을을 초토화시켰듯이, 26일 밤도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방헬기와 소방인력이 철수된 한밤에 되살아나는 불길이 어느 정도까지 번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소방당국은 초긴장 상태다. 게다가 소방인력 참변에 이어 26일 의성 산불을 끄던 진화헬기 1대가 추락하면서 조종사가 희생되는 사건까지 발생해 한밤 진화작업에 섣부르게 투입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목요일인 27일에는 비가 내린다. 26일 저녁부터 제주에서 시작된 비는 27일 오후에 전국으로 확산되겠다. 산불이 심각한 경북과 경남내륙은 다른 지역보다 강수량이 적겠다. 비구름대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에 부딪히면서 영남에 이르렀을 땐 약해지는 영향이다. 예상 강수량은 5∼10㎜ 내외다. 비의 양이 적어 산불을 진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27일 기점으로 산불을 진화하지 못하면 또다시 불어오는 강풍에 불길이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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