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 북부권을 휩쓸고 있는 산불로 최소 18명이 숨지고 시설·문화유산 등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당국의 미흡한 초기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5일째인 26일 현재 강풍을 타고 경북 북동부 4개 시·군으로 번졌고, 이로 인해 2만3300여명의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상태다. 청송은 무려 1만명이 넘게 대피했고, 안동에서는 4000명, 영덕은 4300여명, 영양은 1490명이 불길에 몸을 피했다.
이처럼 산불이 인접지역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음에도 당국이 사전에 주민들을 적극 대피시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상당수의 사망자는 노약자들로, 갑작스럽게 대피를 시도하다가 차 안이나 도로 등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에서는 25일 오후부터 26일 오전 사이 14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영양에서는 산불을 피해 대피하다가 불길에 휩싸인 남녀 4명 시신이 발견됐고, 청송에서는 70·80대 노인 2명이 자택에서 숨졌다. 안동에서도 주택 마당에서 50대와 70대 여성 2명이 숨졌으며, 영덕에서는 요양원 환자 3명이 대피하던 중 차량이 폭발해 최소 6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사망자나 부상자들은 사전 대피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랴부랴 탈출을 감행하다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문자 발송 시의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산불 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음에도 산불이 지자체 경계를 넘기 직전에야 재난문자가 발송돼 주민들의 사태 파악이 늦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안내된 대피 장소가 5분만에 변경되는 등 혼란스런 모습도 드러났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방향을 바꿔가면서 불고 연기로 시야도 막힌 상황이었다"라며 "산불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대피 장소도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주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희생자를 막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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