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버린 스위스의 한 산간마을이 산사태로 묻혀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28일(현지시간) 스위스 발레주 블라텐 마을에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나 마을의 90%가 매몰되고 1명이 실종됐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알프스산맥 빙하의 거대한 일부가 붕괴하는 장면이 드론에 포착됐다. 빙하에서 떨어진 얼음 조각과 엄청난 양의 바위, 토사가 한꺼번에 마을을 덮친 것이다. 산사태는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을 동반했고,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대를 뒤덮었다.
다행히 산사태 경보시스템 덕분에 마을주민 약 300명은 지난 19일 미리 대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명이 실종됐고, 마을의 주택 대부분이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테판 간저 발레주(州) 주의원은 이날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발생한 산사태만 해도 이미 엄청난 규모였다"며 "언뜻 보기에도 마을의 90%가 토사에 덮였다"고 밝혔다.
탄소배출로 지구온난화가 산업화 이전 대비 1.4℃ 이상 진행된 가운데 유럽이 지구 평균보다 2배 빨리 따뜻해지면서 알프스를 비롯한 산악지대 빙하는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스위스는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빙하의 3분1이 사라졌으며, 최근 2년 사이에만 10%가 사라졌다.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의 최고봉인 마르몰라다산 빙하도 15~16년 내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작년 8월에는 15년 간격을 두고 촬영한 스위스 알프스 론 빙하가 모두 사라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알프스 산간마을의 산사태 위험도 커지고 있다. 빙하가 급격히 줄어들고 고산지대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지반은 점차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스위스 동남부 본도 마을에서 100년 만에 최악의 산사태가 발생해 8명이 숨지고 많은 주택이 파괴됐다.
스위스 동부의 작은 산간마을 브리엔츠 역시 2년 전 산사태 위험으로 주민들이 대피했고, 이후에는 짧은 기간만 제한적으로 거주가 허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 100년 이내에 알프스의 빙하가 모두 녹아 사라질 수 있으며, 이는 블라텐과 같은 산간마을을 더욱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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