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 시대...오락가락 환경부 정책에 지자체들은?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3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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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광역지자체 탄소중립계획 살펴보니⑥]
바이오가스 자원화와 플라스틱 저감대책 추진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각 지자체별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와 이를 감축하기 위한 이행계획과 수단 등을 점검하기 위해 △건축물 에너지 △교통 및 운송수단 △친환경 교통정책 △재생에너지 지원 사업 △녹지확충 △자원순환 등을 중심으로 17개 지자체의 정책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자원순환'은 탄소중립 시대에 순환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정책과제다. 지금까지는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면 앞으로는 생산부터 폐기 그리고 재활용하는 것까지 경제성장의 한 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는 '에코디자인' 규제를 통해 재활용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다른 선진국들도 순환경제에 초점을 맞춰 제도정비뿐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부를 주축으로 '자원순환'을 위해 다각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시행되는 것은 없다.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난해 10월 무산되면서 제주와 세종에서만 한정적으로 시범운영되는데 그쳤고,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청사진은 마련했지만 권고 수준에 그치면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사업지였던 제주도에서는 2023년 말부터 보증금제 이탈 매장이 속출했다. 환경부가 일회용컵 규제를 '지자체 자율'로 전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직후, 제도 참여율은 더욱 급감했다. 실제로 2023년 10월 한달간 제주지역 컵 반환량은 18만7263개에서 14만4437개로 22.8% 줄었다. 자영업자들은 "전국 확대를 믿고 감수했는데 정부가 손을 뗐다"며 "굳이 시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말부터 환경부는 자원순환 정책 전반을 자율이행으로 재구성하며, 보증금제 시행을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바꿨다. "효과는 적고 사회적 비용은 크다"는 시범사업 평가가 배경이었다. 하지만 "자율 시행은 사실상 폐지"라고 지적하며, 환경단체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정부조차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누가 따르겠느냐"고 비판했다.

일회용품 규제의 일관성 결여는 종이빨대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2022년 종이빨대 사용 의무화 이후 민원이 급증했고, 일부 기업은 코팅 개선 등 비용을 들여 개발했다. 하지만 이 규제가 무기한 유예되면서 납품은 줄줄이 취소됐고, 재고가 쌓인 영세기업들은 경영난에 시달렸다. 

자원순환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가 아니라, 생산부터 소비, 회수, 재활용, 최종처리까지 자원과 에너지 흐름을 순환형으로 바꾸는 개념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뿐 아니라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2026년부터 수도권은 종량제 봉투를 직매립할 수 없지만, 현재 소각장 시설이 부족해 난리가 난 상황이다. 이처럼 일관성없고 오락가락하는 중앙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지방정부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 지자체별로 자원순환에 대한 실행력이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 '바이오가스' 자원화에 속도내는 지자체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는 연간 5000만톤에 이른다. 음식물쓰레기는 한해 500~650만톤이 발생한다. 여기에 하수 슬러지 450여만톤까지 합치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유기성 폐기물은 연간 6000만톤 수준이다. 이렇게 발생하는 유기성 폐기물은 대부분 소각하거나 매립돼 왔다. 하지만 이 폐기물을 자원화하려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15개 지자체들이 환경부가 추진하는 '바이오가스 시설'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자로 선정되면 시설비의 상당부분을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해도 인천, 과천, 춘천, 부여 등 8개 지자체가 선정돼 자금을 지원받았다. 각 지자체들은 유기성 폐기물로 생산된 바이오가스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과천과 춘천은 수소를 생산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고, 목포와 순천은 지역난방에 활용하거나 슬러지 건조에 활용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환경부가 '바이오가스 설비'를 지원하기 이전부터 독자적으로 자체 재정과 민간자금을 유치해 하루 250톤씩 처리할 수 있는 바이오가스 시설을 올 10월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부산시는 아나목스 박테리아를 이용해 혐기성 질소를 제거하는 공법으로 건설하고 있어, 시설 가동시 에너지 비용을 크게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공공분야 음식물쓰레기 처리율도 30%에서 60%로 늘릴 수 있게 된다.

사실 바이오가스는 생산하는 것보다 활용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바이오가스는 계절별 수요 차이가 크고, 생산지와 수요처간 물리적 거리가 멀어 배관 연결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바이오가스 생산량 가운데 약 15%는 사용도 못한 채 태워버려지고 있다. 지자체간 협조 부족, 복잡한 인허가 절차, 주민수용성 문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기도 하다. 이에 환경부는 사업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모방식 대신 지정방식 도입, 인허가 간소화, 제도 일원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 플라스틱 재활용에 적극 나서는 지자체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통해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전과정평가(LCA) 도입이 목전에 놓인 가운데 자원순환의 일환으로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자자체들도 있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을 69%에서 79%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 아래 한강공원과 시청 일대를 '제로 플라스틱존'으로 지정해 다회용기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주요 배달플랫폼과 협업해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하고, 단독주택 지역의 분리배출 거점도 2만개소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는 폐비닐, 봉제원단 등도 자원화 대상에 포함하며 기술기반 고부가가치 자원화를 시도하고 있다. 봉제원단 폐기물은 섬유패널이나 건축자재로 재활용하는 체계도 구축 중이다. 또 재활용 선별시설 자동화, 인공지능(AI) 로봇 도입 등 기반 인프라도 확장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자원순환마을'을 조성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자원순환마을은 마을 내 쓰레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자원 재활용을 실천하는 곳이다. 또 경기도는 일회용품 제로 특화지구를 조성하는 한편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장착을 의무화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무인회수기 설치를 확대하고, 다회용기 사용문화 확산에도 애쓰고 있다.

인천과 성남 등 8개 지자체는 환경부의 '고품질 재활용품 회수·보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투명페트병이나 알루미늄캔 등 고품질 재생원료를 만들 수 있는 폐자원을 가져다주면 무게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 거점에서 수거된 폐자원은 별도의 선별절차없이 곧바로 재생원료 공장으로 옮겨진다.

환경부와 손잡고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카페거리가 있는 강릉시는 보증금 1000원을 받고 다회용컵에 음료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강릉시는 참여하는 매장을 점차 확대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용인시도 에버랜드에 입점한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다회용컵 사용에 나서고 있고, 과천의 서울랜드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도입하고 있다. 청주시도 스타벅스 매장을 통해 일회용컵 회수·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개최한 것을 계기로 플라스틱 재활용 연구단지와 연계한 자원순환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친환경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올해부터 부산시내 모든 장례식장에서 플라스틱 조화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별로 유기성 폐기물부터 플라스틱에 이르기까지 재활용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시도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범사업이나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자원을 재활용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회수 시스템인데, 지자체 차원에서 회수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갖추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자원순환 정책을 먼저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늉이 아닌 실효성있는 자원 재활용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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