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극 빙하가 녹으면서 66년전 사고로 사망한 영국인의 유해가 드러났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남극조사국(BAS)은 최근 BAS의 전신이었던 포클랜드제도조사국(Fids)의 직원 데니스 팅크 벨의 유해를 남극 '이콜로지 빙하'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런던 북서부의 해로우에서 자란 데니스 벨은 영국 공군에서 무선 통신사로 근무하다 1958년 기상학자로 Fids에 합류했다. 그러다 1959년 25세가 되던 해 이콜로지 빙하를 조사하던 도중 30m 깊이의 크레바스(빙하에 형성된 깊은 균열)에 빠져 사망했다. 당시 벨은 킹 조지 섬에 위치한 영국의 기지인 애드미럴티 베이에 주둔하고 있던 다른 3명의 연구원과 함께 남극 조사 및 지질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사고 직후까지만 해도 벨은 살아있었다. 동행 중이던 측량사 제프 스톡스가 밧줄을 내려 구출을 시도했지만, 벨이 거의 다 올라왔을 때 밧줄이 끊어지면서 또다시 추락했다. 이후에 벨은 스톡스가 불러도 응답이 없었다. 스톡스는 기지로 돌아가 다른 연구원들을 데리고 벨을 구출하러 갔지만, 날씨가 악화되면서 더는 접근할 수 없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연구원은 "현장에 다시 가는 데에 12시간이 걸렸다"며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했다.
그의 시신은 지난 1월 폴란드 연구팀이 처음 뼈를 찾은 이후 발견됐다. 유해 근처에서는 무선장비, 토치, 스키 폴, 에르구엘 손목시계 등 200개 이상의 개인 소지품도 발견됐다. 영국 공립대학 킹스칼리지런던이 유해의 DNA를 검사한 결과 벨의 형제들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에 거주 중인 벨의 동생 데이비드는 "66년 만에 형 데니스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는 "세 남매 중 맏형이었던 데니스는 무슨 일이든 잘해서 나의 영웅이었다"며 "그는 라디오를 만들어 모스부호를 기록하는 데 몇 시간씩 보냈고, 스카우트 활동, 연극, 맛있는 음식, 그리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술 한 잔 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제인 프랜시스 BAS 소장은 "빙하에서 발견된 유해가 데니스 벨의 유해로 확인돼 가슴아프다"며 "데니스는 매우 혹독한 환경에서 초기 남극 연구에 기여한 용감한 Fids 요원들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로드 리스 존스 영국 남극기념신탁(British Antarctic Monument Trust) 회장은 "데니스 벨이 발견된 것은 교통과 통신이 개선되기 전 남극 대륙에서 이뤄진 과학적 노력의 비용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며 "실종자 대부분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발견이 더욱 놀랍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