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명소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의 꽃밭이 사실은 토착종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를 보라색으로 뒤덮고 있는 식물의 정체는 '누트카 루핀'(Lupinus Nootkatensis)이라는 외래종이다. 이 식물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콩과 루피누스 속의 다년생 식물이다. 매년 6~7월 피어나는 보랏빛 꽃이 특징이다. 1940년대 비바람에 손상되는 토양을 복구하고자 아이슬란드에 식재되기 시작한 이 식물은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면서 지금은 여름철 아이슬란드를 상징할 정도가 됐다.
여름만 되면 루핀의 보라색 꽃이 가득 핀 들판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루핀 들판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 좋은 사진명소일뿐만 아니라 웨딩촬영 장소로도 손꼽히고 있다. 이런 덕택에 개화 시기에 맞춰 아이슬란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관광기업들의 아이슬란드 홍보에도 루핀이 활용될 정도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꽃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토착식물을 밀어낼 뿐만 아니라, 일부 산악지대에서는 루핀이 오히려 지반 강도를 약화시켜 산사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이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파벨 와소비츠 자연과학연구소 소장은 "1945년 기후변화나 외래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시기에 루핀 종자가 무료로 배포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며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널리 퍼지고 있지만, 아이슬란드 당국은 이를 막으려는 노력을 크게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 결과 루핀은 산지, 해안, 용암 지대, 초원, 보호구역 등 지질대를 가리지 않고 확산됐다. 2017년 기준 루핀이 아이슬란드를 뒤덮은 면적은 0.3%였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루핀은 수년 내에 약 17% 면적까지 덮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루핀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확산을 옹호하며, 당초 도입된 의도대로 루핀이 식생 재생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식물생태학자 구드룬 오스카르스도티르는 "루핀으로 토지를 재생하는 일은 바위로 치통을 고치는 격"이라며 "효과는 있을지언정 다른 부수적인 것들을 많이 손상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꽃을 완전히 없애기엔 너무 늦었고, 토착 생물다양성이 자연적으로 확산을 막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와소비츠 소장은 "그렇다고 해서 루핀 개체수가 감소하지는 않고, 정점에 달한 후 정체될 것"이라며 "문제는 루핀의 아름다움 뒤에 무슨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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