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지역에 서식하는 페루 토종벌이 세계 최초로 법적권리를 부여받은 곤충이 됐다.
가디언은 '안쏘는벌'(stingless bees)에 법적권리를 부여하는 조례가 세계 최초로 페루 사티포주에서 통과됐다고 지난 12월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티포주는 지난 10월 아비레리 브라엠 보호구역에 서식하는 '안쏘는벌'에게 최초로 법적권리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이 벌들은 존재하고 번영할 권리, 건강한 개체수를 유지하고 깨끗한 서식지와 생태학적으로 안정적인 기후조건을 누릴 권리 그리고 위험이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대표될 권리가 주어졌다.
로레토주 나우타도 같은 내용의 조례를 승인했다. 조례를 제정한 지역들은 '안쏘는벌'에 대한 서식지 복원을 비롯해 살충제 규제, 기후변화 적응 등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꿀벌아과에 속한 '안쏘는벌'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벌종으로, 침이 없거나 너무 작아 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열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며, 전세계 500종 가운데 약 절반이 아마존에 서식한다. 이들은 자라는 카카오, 커피, 아보카도 등 열대우림 식물의 80% 이상의 수분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종들은 기후변화, 산림파괴, 살충제 그리고 유럽산 외래벌로 인해 생존에 위협에 놓여있다. 1950년대 브라질은 꿀 생산량을 늘리고자 양봉꿀벌과 아프리카꿀벌을 교잡해 아프리카화꿀벌(Africanized honeybee)을 만들었다. 이 벌들이 안쏘는벌을 서식지에서 밀어내고 사람들까지 공격하고 있다. 이 품종은 성향이 훨씬 공격적이어서 '아프리카 킬러벌'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과거에는 정글에 들어가면 30분만에 발견되던 '안쏘는벌'이 이제는 몇 시간씩 걸린다는 게 지역주민들의 전언이다. 또 '안쏘는벌'이 만드는 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우려를 자아냈다.
페루에 공식 등재된 벌은 1500년대 유럽에서 들여온 양봉꿀벌뿐이었다. 이 때문에 페루 비영리단체 '아마존 리서치 인터내셔널'의 창립자 로사 바스케스 에스피노자는 "안쏘는벌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연구비 확보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안쏘는벌' 조례를 주도했다.
다행히 페루에서는 2023년부터 벌의 분포와 생태를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연구결과, 산림벌채가 벌 개체수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침내 '안쏘는벌'은 지난해 페루 토종벌로 인정됐다. 현지 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안쏘는벌'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등재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화학생물학자인 에스피노자는 "지난 수년간 안쏘는벌을 연구한 결과 이들이 생산하는 꿀이 항염증 효과, 항바이러스, 항박테리아, 항산화, 심지어 항암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안쏘는벌은 숲의 원주민인 아샤닌카와 쿠카마-쿠카미리아 민족에게 깊은 문화적, 영적 의미를 지닌다.
페루 아마존연구소의 연구원 세자르 델가도 박사는 "안쏘는벌은 아마존의 주요 수분 매개자"라며 단순히 식물 번식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산림보전, 전세계 식량 안보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꿀벌에게 법적권리가 부여된 이번 사례는 전세계에서 주목받으면서, 다른 지역의 꿀벌도 유사한 보호조치를 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페루 전역에 관련 법안을 도입해달라는 청원에 38만6000명 이상이 서명했으며 볼리비아, 네덜란드, 미국의 꿀벌 보호단체들도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한 비영리단체 지구법률센터의 남미 지부장 콘스탄자 프리에토는 "이번 조례는 자연과의 관계에서 전환점을 의미한다"며 "안쏘는벌의 인식을 높이고, 이들을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정하며, 생태계 보전에 필수적인 이들의 역할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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