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대홍수' 이유 있었네...산악지대 온난화 더 빠르다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3 08:10:03
  • -
  • +
  • 인쇄

고산지대 기후가 급변하고 있다. 전세계 산악지역의 기온이 평지보다 더 빠르게 오르면서 수십억 인구의 삶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영국 포츠머스대학 닉 페핀 부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후변화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물 부족, 생태계 붕괴, 자연재해 위험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세계 기후 데이터와 로키산맥, 알프스, 안데스, 티베트 고원 등 주요 산악지역 사례를 분석한 결과, 1980년~2020년까지 산악지대는 주변 저지대보다 세기당 평균 0.21℃ 더 빠르게 온난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 패턴은 더욱 불규칙해졌고, 눈이 비로 바뀌는 사례가 늘었다.

이렇게 고도에 따라 기온 상승, 강수 변화 등의 기후변화가 더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고도 의존적 기후변화(EDCC)' 현상이라고 한다. 페핀 교수는 "북극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 산악지대에서 눈과 얼음이 빠르게 사라지고 생태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후변화의 강도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영향이 산 정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계 10억명 이상의 인구가 산악지대의 만년설과 빙하를 주요 식수원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등 인구 대국도 히말라야에서 상당한 수자원을 공급받고 있다. 연구팀은 히말라야 빙하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기온 상승으로 강설이 강우로 전환되면서 대규모 홍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온 상승은 산악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식물과 동물들이 더 시원한 환경을 찾아 산 위쪽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결국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어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로 인해 산악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근 발생한 재난은 이런 우려를 현실로 보여준다. 지난해 여름 파키스탄에서는 몬순 장마와 산악지역의 극한 강우가 겹치며 대홍수가 발생해 1000명이 넘게 숨졌다. 연구팀은 "급변하는 산악기후가 자연재해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측 인프라가 부족한 문제도 있다. 스위스 눈·눈사태연구소(SLF)의 나딘 잘츠만 박사는 "산악지역은 접근이 어렵고 환경이 혹독해 기상관측소를 유지하는 일 자체가 힘들다"며 관측 데이터의 부족으로 산악 온난화 속도와 빙하 감소가 과소평가되고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연구팀은 보다 정밀한 기후모델과 촘촘한 관측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셰필드대학 에밀리 포터 박사는 "기후모델은 개선되고 있지만 기술 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즉각적인 기후행동과 취약한 산악지역에 대한 관측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2015년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된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연구는 고도가 높을수록 온난화가 심해진다고 보고했으며 눈·얼음 감소, 대기 수분 증가, 에어로졸 오염 등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석화산업 생산감축만?..."전기화 병행하면 128조까지 절감"

석유화학산업 제품 생산량을 25% 줄이고 나프타 분해공정(NCC)을 전기화하면 기존 수소화 방식보다 전환비용을 최대 약 128조원 아낄 수 있다는 분석이

탄소제거에 흙까지 이용하는 MS...12년간 285만톤 제거 계획

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탄소배출량이 갈수록 늘어나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토양을 이용한 탄소제거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ESG;스코어] 'CBAM 대응체계' 가장 꼼꼼한 철강업체는 어디?

올해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전기 등 탄소배출량이 높은 6개 수입품목에 대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국내 철강사

"화석연료 손뗀다더니"...게이츠재단, 석유·가스社 지분 야금야금 늘려

빌 게이츠가 "화석연료 기업에서 손을 뗐다"고 공개 선언한지 5년이 지났지만, 게이츠재단은 여전히 석유·가스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것

구글 '2030 넷제로' 이상무?…美서 청정에너지 1.2GW 확보

구글이 미국에서 청정에너지 1.2기가와트(GW)를 확보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로 '2030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산업부 '탄소중립 프로젝트' 경매제 도입...기업별 50억 지원

산업통상부가 오는 21일부터 2월 25일까지 '탄소중립 설비투자 프로젝트 경매사업'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20일 밝혔다.이 사업은 정부 지원 예산 대비

기후/환경

+

'파키스탄 대홍수' 이유 있었네...산악지대 온난화 더 빠르다

고산지대 기후가 급변하고 있다. 전세계 산악지역의 기온이 평지보다 더 빠르게 오르면서 수십억 인구의 삶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기온상승에 무너진 제트기류...러·中, 북극한파에 직격탄

러시아와 중국 등 동북아 전역이 북극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동쪽 끝에 있는 캄차카 지방은 계속된 폭설로 적설량이 2m가 넘으면서 도시 전체가

따뜻한 바닷물 따라...태평양 살던 생물이 '북극해'까지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면서 태평양에 살던 생물들이 북극해로 넘어오고 있다. 다만 이들이 정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극지연구소는 가

단 32개 기업이 전세계 CO₂ 배출량 절반 '뿜뿜'

지난 2024년 전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의 절반이 단 32개 석유화학기업에서 발생했다. 이는 전년도 36개 기업에서 더 줄어들면서, 기후위기의 책임

[날씨] 주말까지 춥다...체감온도 영하 34℃까지 '뚝'

한파가 사흘째 이어지며 절정에 달했다. 맹렬한 강추위는 이번 주말까지 이어지겠다.현재 시베리아와 우랄산맥 상공에 기압계 정체(블로킹) 현상이 나

'육류세' 부과하면 탄소발자국 6%까지 줄어든다

육류에 세금을 부과하면 가계부담은 연간 4만원 정도 늘어나지만 환경 훼손은 최대 6%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그동안 육류에 부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