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홍수' 다른 쪽은 '가뭄'...동시에 극과극 기후패턴 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1-15 11: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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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한쪽에서 극한가뭄이 일어나고, 다른 한쪽에서 극한홍수가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구 전체에 수자원이 고루 퍼지지 않고 특정지역에만 쏠리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오스틴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0년간 나타난 전세계 물 재해 양상을 분석해보니,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원인으로 ENSO(엘니뇨-남방진동)을 지목하는 연구결과를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흔히 엘니뇨·라니냐를 가리키는 'ENSO'는 전세계 총수자원 저장량을 극단적으로 변화시켜, 서로 다른 대륙들이 동시에 비정상적으로 습하거나 건조한 상태를 겪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총수자원 저장량은 강과 호수, 눈과 얼음, 토양 수분, 지하수까지 포함한 지역 내 모든 형태의 물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단일 수자원 지표보다 물의 이동과 변화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총수자원 저장량 추정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그레이스(GRACE)와 그레이스(GRACE)-FO 위성이 약 300~400㎞ 면적 단위로 물의 질량 변화를 측정한 자료가 활용됐다. 이 면적은 미국 인디애나주 크기에 달한다. 연구팀은 특정지역에서 저장량이 상위 90%를 넘으면 '극단적 습윤', 하위 10% 이하일 경우 '극단적 건조'로 분류했다.
 
그 결과, 비정상적인 ENSO 활동은 지구 곳곳을 동시에 극단적 상태로 몰아넣었다. 같은 가뭄이어도 한쪽 지역에서는 엘니뇨가, 다른 지역에서는 라니냐가 영향을 미쳤다. 극단적 습윤은 건조 상태와 반대 패턴을 보였다.
 
가령 2000년대 중반 엘니뇨는 남아프리카의 극심한 가뭄과 맞물렸고, 2015~2016년 엘니뇨는 아마존 지역의 대규모 가뭄과 연관됐다. 반면 2010~2011년 라니냐 시기에는 호주와 브라질 남동부, 남아프리카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연구진은 2011~2012년 전후로 전세계 물 순환에 뚜렷한 전환점이 있다고 했다. 2011년 이전에는 극단적 습윤 현상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이후에는 극단적 건조 현상이 우세해졌다. 연구진은 이를 태평양의 장주기 기후패턴이 ENSO의 전지구적 영향 방식을 바꾼 결과로 해석했다.
 
위성 자료에는 2017~2018년 약 11개월간의 공백이 존재하지만, 연구팀은 공간 패턴에 기반한 확률 모델을 활용해 해당기간의 극단현상을 재구성했다. 관측 기간은 2002~2024년으로 약 22년에 불과하지만, 기후와 물시스템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여러 지역이 동시에 물 부족이나 과잉 상태에 빠질 경우, 그 여파는 농업 생산과 국제무역, 인도적 지원계획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브리짓 스캔론 텍사스대 잭슨 지구과학대학 교수는 "물 이용 가능성, 식량 생산, 식량 교역 등 글로벌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ENSO와 총수자원 저장량의 극단 현상을 전지구적 규모에서 함께 분석한 초기연구 중 하나다. 스캔론 교수는 이번 연구가 물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흔히 물이 부족해진다고 말하지만, 실제 핵심은 극단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물 사이의 변동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의 JT 리거 GRACE-FO 부프로젝트 과학자는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거대한 기후주기의 리듬과 그것이 홍수와 가뭄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포착하고 있다"며 "태평양에서 벌어지는 일이 결국 육지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지구물리학회(AGU)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AGU 어드밴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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