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자연' 파타고니아 한달째 '활활'...여기도 '소나무'가 문제?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8 12: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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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칠레에서 발생한 산불 (사진=연합뉴스)

'태초의 자연'을 간직한 것으로 유명한 파타고니아에서 대형산불이 한달째 이어지면서 적지않은 면적의 원시림이 잿더미가 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연방비상대응청(AFE)은 올초 발생한 산불로 현재까지 파타고니아 전역에서 3만6000헥타르(ha)가 넘는 원시림과 초원, 마을, 관광지가 산불로 소실됐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피해 면적이 4만 헥타르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산불은 지난 5일 안데스산맥 인근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남부 추붓주 푸에르토 파트리아다 지역에서 발생했다. 불은 삽시간에 에푸옌, 엘 오요 등 주요 관광도시와 국립공원 일대로 확산됐다. 인접한 리오 네그로주와 네우켄주 일부 지역, 인접국인 칠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칠레에서만 18명이 산불로 숨졌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현지를 찾았던 관광객을 포함해 3000명 이상이 긴급 대피했다. 불길이 도로 인근까지 번지면서 한때 국도 40번 엘 오요-에푸옌 구간이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최근 비가 내려 불길이 잠시 진정되기도 했지만, 이내 강풍에 의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이번 산불을 "최근 20년 내 최악의 비극"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480명이 넘는 진화 인력과 중남미 최대 규모의 소방항공기인 보잉737 '파이어라이너'가 투입돼 물과 방화제를 살포하고 있지만, 강풍과 험준한 지형 탓에 상당지역은 여전히 통제불능 상태다. 

파타고니아 지역의 산불이 이처럼 확산되고 있는데는 극단적인 가뭄과 단일 수종으로 조성된 산림환경이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 정부는 파타고니아 지역이 1965년 이후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으며, 여기에 평년을 훨씬 웃도는 고온과 파타고니아 특유의 강한 돌풍이 겹치면서 불길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토종림을 베어내고 소나무만 심은 것이 불길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파타고니아 에푸옌 지역에 거주하는 환경운동가 루카스 키아페는 "수십 년 전부터 토종 수목을 불에 취약한 외래 소나무로 대체한 것이 재앙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안드레스 나폴리 환경·자연자원재단(FARN) 국장도 "올해는 강설량이 부족했고, 습도는 낮은 반면 산림 내 가연물질은 과도하게 축적돼 있었다"며 소나무숲을 '화약고'에 비유했다.

환경단체와 야권은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산불 예방·대응 예산이 70% 이상 삭감한 것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조기 진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국가산불관리청(SNMF)의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81% 줄었으며, 조기경보 시스템과 항공 진화 지원도 축소됐다. 소방항공기의 연간 비행시간도 5100시간에서 3100시간으로 줄었다. 토종림 관리에 들어가는 산림예산도 삭감된 상태다.

소방관 처우도 열악하다. 소방노조에 따르면 산불 진화인력의 월급은 65만~85만 페소로, 4인가구 최저임금인 130만 페소에 크게 못미친다. 일부 소방관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까지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피해지역을 방문하지 않고 자신과 소방관들이 악수하는 AI 생성 이미지를 SNS에 게시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한편 발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방화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발화 지점에서 가솔린 등 인화물질의 흔적이 발견돼 당국은 부동산 개발을 노린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역주민들은 직접 소방대를 조직해 불길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분간 비 소식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 피해가 아주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백 년, 길게는 1000년 이상 된 고목들이 불에 타는 등 생태계 훼손이 심각해 산림 복구에 여러 세대에 걸친 시간이 걸린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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